미국이 아프간 떠난 날…카불 거리엔 환호와 공포 공존

입력 2021-08-31 09:47   수정 2021-08-31 12:04

미국이 아프간 떠난 날…카불 거리엔 환호와 공포 공존
공항주변 대피 인파 여전…은행 앞엔 현금 인출 행렬도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시한인 31일을 불과 1분 남겨둔 30일 밤 11시59분.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카불 현지 대피 작전을 지휘한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 육군 82공수사단장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태운 마지막 C-17 수송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마지막 수송기가 하늘로 이륙해 사라지자 공항 주변 도로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듯한 자동차 경적과 휘파람,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고 모인 군중 주위로는 음악이 연주됐다. 화려한 축포가 까만 밤하늘에 쏘아올려졌다.
2001년 시작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20년 만에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미군 철수 시한을 앞두고 카불 공항 인근은 아프간을 빠져나가려는 수천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말 그대로 '카오스'였지만 시한을 불과 하루 남겨 놓은 이날은 오히려 체념의 분위기가 일대를 뒤덮은 것 같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공항 주변 경계를 서는 가운데 미처 대피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몇백명은 탈레반과 한참 떨어진 곳에 모여 여전히 대기 중인 모습이었다.
미군의 아프간 대피 작전은 시한 하루 전인 이날 온종일 계속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철수 시간을 불과 몇시간 남겨 놓은 이날 오후 미 전투기와 드론이 공항 주변 상공을 계속 도는 가운데, 수송기들이 잇따라 이륙한 뒤 해가 저무는 서쪽 하늘로 방향을 틀어 사라졌다.
백악관은 30일 오전 현재, 이전 24시간 동안 1천200명의 사람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아프간에서 대피한 외국인 및 현지 조력자는 총 12만3천여명이 됐다.
불안감과 공포에 카불 시내 은행 앞에는 서둘러 현금을 인출하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선 모습도 목격됐다.
애초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은행들은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재개했지만 현금 부족으로 인해 인출 등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지난 28일 민간 은행에 영업 재개를 명령하고, 1인당 현금 인출 금액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생필품과 식료품 등 물가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샤흐 아그하라는 주민은 현지 언론인 아리아나뉴스에 "은행들이 문을 닫아서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아프간 경제를 최대한 빨리 일으켜 달라고 탈레반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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