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간 떠난 날…카불 거리엔 환호와 공포 공존(종합)

입력 2021-08-31 15:04   수정 2021-08-31 15:10

미국이 아프간 떠난 날…카불 거리엔 환호와 공포 공존(종합)
탈레반, 유일한 탈출로였던 공항에서 '승리의 순간' 자축
공항 주변엔 '체념 분위기'…은행 앞엔 현금인출 행렬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이재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기로 한 시한인 31일을 불과 1분 남겨둔 30일 밤 11시59분.
아프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현지 대피작전을 지휘한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 육군 82공수사단장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태운 C-17 수송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중무장한 도나휴 단장이 가장 마지막에 이 수송기에 오르는 모습을 야시경으로 촬영한 사진은 '역사적인 사진'으로 남았다.
미 국방부는 트위터에 이 사진을 공유하며 "도나휴 소장이 아프간을 떠나는 최후의 미군이 됐다"라면서 "카불에서 미국의 임무가 종료됐다"라고 남겼다.

마지막 미군 수송기가 이륙해 하늘로 사라지자 공항 주변 도로에선 이를 축하하는 듯한 자동차 경적과 휘파람,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고 모인 군중 주위로는 노래가 연주됐다.
화려한 축포도 까만 밤하늘에 쏘아 올려졌다.
2001년 시작된 미국과 아프간의 전쟁,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20년 만에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AP통신은 미군이 떠난 공항 활주로에서 탈레반 차량이 경주하듯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또 군기지로 쓰이던 공항 북쪽 격납고 사이로 중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들어와 돌아다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격납고 쪽엔 미국이 대피작전에 사용한 뒤 가져가지 못하고 비행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 다음 버린 CH-46 시나에트 헬기 7대가 있었다.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활주로를 가운데에 두고 북쪽은 군이, 남쪽은 민간이 사용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이 활주로를 걸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생중계 영상에서 "즐거운 승리의 순간"이라면서 "세계는 (이번 일로) 각자 교훈을 얻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항을 경비하는 탈레반 대원 모하메드 이슬람은 "미국이 떠나고 우리나라가 해방됐다"라면서 "20년 만에 미국을 꺾었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와 평화, 안정"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철수하기 전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은 아프간을 빠져나가려는 인파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말 그대로 '카오스'였지만, 시한을 하루 남겨 놓고는 '체념의 분위기'가 일대를 뒤덮은 것 같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공항 주변을 경계하는 가운데도 미처 탈출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몇백 명이 탈레반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여전히 대기했다.
탈레반 근거지인 칸다하르주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AP에 아프간을 탈출하고자 공항 주변에서 사흘간 기다렸다면서 "이제 내게 어떤 기회가 남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역자로 일했다는 서류를 가지고 공항에 왔다.
미국과 동맹국이 지난 14일 이후 아프간에서 대피시킨 자국민과 현지 조력자는 총 12만3천여명이다.
미국 역사상 최대 공수작전이 벌어졌지만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 여전히 많다.
미국도 탈출을 원하는 이들을 모두 데려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불안감과 공포에 카불 시내 은행 앞에는 서둘러 현금을 찾으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선 모습도 목격됐다.
애초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은행들은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지만, 현금 부족으로 인해 인출 등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지난 28일 민간 은행에 영업 재개를 명령하고, 1인당 현금 인출 금액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약 95억달러(약 11조원)인 아프간 중앙은행 국외자산은 탈레반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국 등이 동결한 상태다.
아프간에선 생필품과 식료품 등 물가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샤흐 아그하라는 주민은 현지언론 아리아나뉴스에 "은행들이 문을 닫아서 일할 수가 없다"라면서 "아프간 경제를 최대한 빨리 일으켜 달라고 탈레반에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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