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의료인 시위…언론인, 보호 요청 공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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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이 31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마무리하면서 탈레반 치하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의료인과 언론인 등이 "탈출을 도와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31일 아리아나뉴스 등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SNS) 영상 등에 따르면 현지 의사 등 의료인은 전날 수도 카불의 국경없는의사회(MSF) 건물 앞에서 탈출을 지원해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국제의료구호단체 MSF 소속으로 일했던 이들은 탈레반 체제가 도래하면서 서방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여러 위협을 받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나선 의사 미르와이스 하이다리는 "우리는 여러 해 동안 외국인과 함께 환자 치료를 위해 일했다"며 "국경없는의사회와 국제사회는 우리를 아프간에서 대피시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사 모함마드 자히르 타히르는 "우리의 업무는 중단됐고 불확실한 상황에 빠졌다"며 "우리는 아프간을 떠나 망명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노력을 잊지 말아달라고도 당부했다.
기자와 카메라맨 등 아프간 언론인은 공개 편지를 통해 자신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유엔(UN), 국제인권단체 등에 호소했다고 현지 톨로뉴스는 전날 보도했다.
이들은 150명이 서명한 호소문을 통해 "미디어 종사자와 그 가족, 재산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유엔 등은 우리의 목숨과 가족을 지켜줄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서명에 동참한 라피울라 니카자드는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 살고 있으며 우리와 우리의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며 "세계 각국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탈레반의 카불 장악 후 다니던 언론사가 문을 닫으며 생계에 위협이 생긴 여성 언론인 나지파 아흐마디는 "내가 가족 중 유일한 생계 부양자였는데 이제 어떻게 가족을 먹여 살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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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은 현지 탈출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중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17일 뉴스채널에서 탈레반 간부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해 화제를 모은 톨로뉴스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가 최근 국외로 탈출했다.
아르간드는 "수백만 명의 국민과 마찬가지로 나도 나라를 떠났다"며 "나는 탈레반이 두렵다"고 말했다.
앞서 국제기자연맹(IFJ)은 지금까지 탈출을 도와달라고 신청한 아프간 언론 종사자 수가 2천명을 넘었다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현지 파지호크 통신이 전날 보도했다.
IFJ 부사무총장 제레미 디어는 국제기자연맹이 아프간 언론인을 받아줄 나라들과 협상하는 동시에 탈레반에 접촉해 언론인들이 카불공항을 통해 출국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의 언론인들은 그동안 탈레반 등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 목표였다.
2018년 4월에는 아프간 기자 10명이 같은 날 숨지기도 했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아프간에서 언론인 33명이 표적 살인으로 숨졌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뒤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이달 19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탈레반이 자사 소속 아프간 현지인 기자를 잡기 위해 그의 집에 들이닥쳐 가족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6일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현장에서도 기자 3명이 숨졌다고 톨로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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