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카불함락 직전까지도 아프간 정부군에 "최고" 평가

입력 2021-09-01 08:21   수정 2021-09-01 12:23

바이든, 카불함락 직전까지도 아프간 정부군에 "최고" 평가
로이터 보도…7월 중순 가니 대통령과 통화록 입수
아프간 절반 함락된 시점에 "잘 무장되고 싸울 수 있는 최고의 군대"
23일 후 탈레반 아프간 장악 예상 못 한 발언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마지막 통화에서 아프간군을 '최고의 군대'라고 부르며 탈레반과 싸울 능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듯한 발언도 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가니 대통령이 7월 23일 14분간 나눈 통화 녹음과 녹취록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관계자가 녹음과 녹취록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두 대통령이 통화한 시점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완전히 장악하기 23일 전이다.
탈레반은 15일 수도 카불을 접수하며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과 통화에서 "당신에게는 최고의 군대가 있다"라면서 "(탈레반 대원은) 7만~8만명인데 견줘 당신은 잘 무장되고 명백히 잘 싸울 수 있는 30만명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30만명은 아프간군 수를 말한다.
아프간군은 탈레반이 공세에 나서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계상 아프간군 수는 임금을 타 먹으려고 허위등록한 사람까지 포함돼 대부분 허수이고 실제 병력은 통계의 6분의 1 수준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은 아프간군을 무장시키고 훈련하는 데 수백억 달러를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가니 대통령에게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황을 통제할 계획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가니 대통령에게 권고하면서 "그 계획이 뭔지 안다면 우리는 공중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프간 정부가 생존뿐 아니라 유지되고 성장하도록 우리도 외교·정치·경제적으로 지속해서 강력히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발언을 두고 로이터는 "통화 23일 뒤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라고 짚었다.
두 대통령이 통화할 당시 이미 탈레반이 아프간 전체 주도(州都) 절반가량을 차지한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과 통화 내내 아프간 정부가 국제사회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와 아프간 일부에 '탈레반과 싸움이 잘 안 되고 있다'라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점은 굳이 내가 말할 필요 없을 것"이라면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다른 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이 주요 도시에 집중해 방어하는 쪽으로 군사전략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점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 전략변화가 상황에 도움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인식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에게 군사전략을 위해 유력자들 지지를 확보하고 비스밀라 칸 모함마디 국방장관 같은 '전사'를 책임자로 두라고도 조언했다.
또 아프간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하라고도 권유했다.
그러면서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 참석시키라고 요청했다.
이에 가니 대통령은 "카르자이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면서 "그는 반대파로, 지난번에 110분간 만났을 때 내게 악담을 퍼붓고 내가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비난했다"라고 말하며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관한 판단은 유보하겠다"라고 답했다.
가니 대통령은 "우리는 대규모 침공을 당하고 있다"라면서 "(침공은) 탈레반이 조직하고 파키스탄이 계획하고 물자를 지원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테러리스트 1만~1만5천명이 침공에 가담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파키스탄인"이라고 덧붙였다.
가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 후 같은 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중부사령관 등과도 통화했다.
이 통화에서 매켄지 사령관은 가니 대통령에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백악관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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