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발묶인 미국인·현지인, 두려움 속 배신감까지 토로

입력 2021-09-02 01:20   수정 2021-09-02 12:01

아프간에 발묶인 미국인·현지인, 두려움 속 배신감까지 토로
대피 의사에도 탈출 못한 미국인 100~200명…자격 갖춘 아프간인 수천명도 발동동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 미처 대피하지 못한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들이 불확실성 속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미국이 수도 카불 공항 주변의 테러 위험 등을 이유로 대피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지난달 30일 밤 철수를 완료함에 따라 현지에 남은 이들이 적지 않다.
미 당국은 대피 의사가 있지만 아프간에 남은 미국 시민권자를 100~200명으로 추산한다. 외신은 아프간전 때 매국에 협력한 수천 명의 아프간 현지인도 대피 자격을 갖췄지만 발이 묶이는 바람에 탈출하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자신을 사라라고 소개한 한 미국인은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잠시 할 말을 잊었다면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사라는 14년간 아프간에서 통역사로 일했고, 현재 대피 대상 37명과 함께 집에 머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 미 국무부의 지시에 따라 카불 공항으로 나가 출입구를 돌아다녔지만 공항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전한 뒤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그들이 우리를 누구에게 남겨뒀느냐. 항상 우리를 죽이기를 원한 사람들에게?"라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영주권자인 29세의 아프간인 마이크 역시 가족 9명과 함께 카불 공항에 가 공항 진입을 시도했지만 36시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
그는 미국의 마지막 비행기가 떠난 뒤 돈과 희망이 거의 바닥난 채 카불 외곽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
마이크 가족을 돕기 위해 노력한 미국의 한 전직 군인은 아프간 탈출자들을 축하해야겠지만 임무는 반만 끝난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을 데려올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 통역사로 활동한 존이라는 아프간인 역시 아내, 1살짜리 아이와 함께 미국의 특별이민비자를 받고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수많은 인파 탓에 이 비자를 보여줄 입구까지 이르지도 못했다.
탈레반이 집에 들이닥칠까 두려움 속에 산다는 존은 "나는 하루 24시간을 안에서 지낸다. 매우 힘들다"며 미국이 자신을 대피시킬 프로그램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많은 아프간인이 배신감을 느낀다. 카불에는 분노와 실망이 있고, 나는 산산조각이 났다"고 토로하는 한 여성도 있었다.
미군이 대피 종료 마지막 몇 시간 동안에는 영주권자가 아니라 미국 여권 소지자만 공항 안으로 들여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마감 시한은 없다"며 남은 미국인들의 대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미 당국은 대피를 희망하는 미국인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탈레반이 보장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약속이 문제없이 준수될지에 대해선 우려가 적지 않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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