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군 철수와 수도 함락이라는 판박이 같은 경험을 한 베트남계 미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 난민 돕기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시애틀의 베트남계 미국인 단체가 아프간 난민의 정착에 도움을 주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를 주도하는 인물은 보트피플 출신인 부모를 둔 베트남계 영화제작자 탄탄이다.
그는 2주 전 카불 공항의 혼란을 방송으로 본 뒤 온라인으로 '아프간인을 위한 베트남인'(Viet4Afghans)이란 단체를 조직했다.
일단 미국에 도착하는 아프간 난민 가족의 후견인을 맡아줄 베트남인 75명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아프간 난민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함께 성공적인 미국 정착에 힘이 되도록 영어와 문화 습득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1975년 사이공에서 탈출한 남 록 응우옌(77) 씨는 아프간 난민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운동을 펴고 있다.
카불에서 마지막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46년 전 사이공에서 떠난 마지막 헬리콥터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응우옌 씨는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난민 출신 베트남인들을 찾았다. 앞으로 수많은 아프간 난민이 미국에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위해 조금씩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응우옌 씨의 요청에 보트피플 출신 기업인이 응답했다.
오하이오주(州) 데이턴의 자동차와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 솔루션스의 다크락 카오 도(66) 대표는 아프간 난민 15명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도 대표는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쫓아 달리는 아프간인들을 봤다. 내 가족도 같은 일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과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후견인 역할을 한 미국인의 도움으로 주거지를 찾고, 대학과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도 대표는 아프간인을 고용하는 것 외에도 아프간인들의 후견인이 될 계획이다.
사이공 함락 후 유엔 등 국제기구가 나선 결과 45만 명 이상의 베트남 난민이 미국에 정착했다.
미국에 정착할 아프간 난민 규모는 5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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