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핵확산 등 새 도전 제시 연설 다음날 우크라와 회담하며 러 압박
4조달러 예산·코로나19 대응도 주력…아프간 후속 상황에 발목 잡힐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철군 완료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손을 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 '포스트 아프간'으로의 태세 전환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9월의 첫날인 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 회담을 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공격에 직면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에 계속 확고히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6천만 달러(한화 695억원)의 안보지원을 하기로 했다.
4천500만 달러(521억원)의 인도지원도 한다. 아프간 철군을 완료하자마자 우크라이나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매개로 한 러시아 견제에 소매를 걷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아프간 철군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심각한 경쟁은 물론 러시아와 사이버 공격, 핵확산을 미국의 새로운 과제로 제시, 외교정책의 전환 기조를 재확인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반대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면 회담은 처음이다. 취임 첫해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 자체가 러시아에 대한 견제 차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에게서 바이든 부자(父子)에 대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을 받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일로 탄핵심판을 받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은 당초 지난달 30일로 잡혔다가 이틀 미뤄졌다. 결과적으로 8월의 악몽이었던 아프간 철군을 완료하고 9월 첫날부터 중·러 등을 겨냥한 새로운 외교정책으로의 초점 이동을 보여주는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혼란스러운 아프간 철군 과정에 미처 집중할 겨를이 없었던 국내 현안에도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금요일인 3일엔 허리케인 아이다 피해를 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방문키로 하고 이날 발표했다.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복지 예산 처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대응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오전 일정에 어김없이 오르던 '아프간 사태 대응 국가안보팀 브리핑'은 이날 일정부터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며 궁지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의 기대만큼 순조롭게 방향 전환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아프간 현지에 대피하지 못한 미국인 100여 명과 현지 조력자 수천 명이 남아 있는 형편이다. 이들의 대피를 위한 탈레반과의 협상 및 관계 설정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충분하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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