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레시 장관 "철수와 평화협상 함께 진행됐어야"
"탈레반 긍정적 변화 감지…테스트해 봐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 등 서방의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해 책임과 질서가 모두 없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2일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아프간 국민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현지의 불안과 염려를 없애기 위해 철군과 동시에 평화협상이 진행돼야 한다고 요청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철군이 불가피했다면 책임과 질서가 있도록 확실히 해야 했다"며 하지만 우리가 TV에서 본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미국 등)이 그렇게 서두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파키스탄과 미국은 1980년대 아프간에서 소련군과 싸우는 반군 무자헤딘을 함께 지원할 정도로 가까웠으나 지금은 관계가 상당히 멀어진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1월 테러리스트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 군사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대신 파키스탄은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군사·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쿠레시 장관은 최근 탈레반의 유화적 성명에서 탈레반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긍정적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엄격하게 아프간 사회를 통제하고 인권을 탄압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한 바 있다.
쿠레시 장관은 탈레반이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며 "다만, 탈레반을 신뢰하기 전에 테스트부터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고립시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쿠레시 장관은 국제사회도 1990년대에 저질렀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탈레반이 고립되면 내전과 무정부 상태로 치달을 수 있고 테러 조직이 대담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탈레반은 1990년대 중반 결성 이후 파키스탄의 군사 지원 속에 급속히 힘을 키워나갔다. 파키스탄과 탈레반은 지금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쿠레시 장관은 파키스탄이 탈레반의 재집권을 지원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미국이 철수하기 전에 이미 탈레반은 아프간의 광범위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철군을 완료하면서 20년간 이어진 아프간 전쟁의 종식을 선언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과 동맹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간전쟁은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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