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못 믿는 우크라…"유럽 기업들과 가스경유 계약 원해"

입력 2021-09-03 16:53  

러시아 못 믿는 우크라…"유럽 기업들과 가스경유 계약 원해"
러-독 연결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 관련 보장책 요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건설로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경유국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가 유럽 기업들과의 경유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우크라이나 국영 석유·가스 기업 '나프토가스' 사장 유리 비트렌코는 2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과 한 화상 인터뷰에서 자국 경유 가스관 폐쇄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이같이 제안했다.


러시아는 현재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을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친서방 노선의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러-독 직결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가 조만간 완공될 예정이어서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이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비트렌코 사장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수출이 자국 경유 가스관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계약을 유럽 기업들과 체결하길 희망하며, 독일·미국 등과 협의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2024년까지로 돼 있는 러시아산 수출 가스의 우크라이나 경유 계약을 10년 더 연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니며 가장 좋은 보장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가스 수입자인 유럽 측의 확실한 보장이 없는 수출자 러시아와의 계약은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보장은 유럽 기업들과의 계약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비트렌코는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기업들과의 협의를 기다리고 있으며, 협의가 성사되면 그 자리에서 러시아산 가스의 우크라이나 경유와 관련한 구체적 계약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는 자국 북부에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기존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두 배로 확장하기 위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지난 2015년부터 독일과 함께 추진해 오고 있다.
미국 측의 반대 및 관련 기업 제재 방침으로 차질을 빚던 가스관 건설은 러시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자국 부설선을 투입해 자력으로 건설 공사를 재개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유럽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가스관에 반대하던 미국은 지난 7월 동맹 독일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단 가스관 완공을 용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새 가스관을 서방과 우크라이나 압박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려 할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가동하게 되면 자국을 경유하는 기존 유럽행 가스관을 폐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연간 20억~30억 달러의 통과 수수료를 잃고 러시아와 유럽에 대해 가스관 경유국으로서 갖고 있던 영향력도 상실하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친서방 노선을 걷는 자국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가 가스관을 폐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은 철저히 상업 프로젝트라고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의 존폐 역시 유럽의 가스 수요 등 상업적 기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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