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경제포럼 연설서 밝혀…자국 인근 미군 배치 가능성 우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미군이 러시아 국경 인근 배치되는데 대한 자국의 우려를 일본 측이 먼저 해소해줘야 한다는 단서를 내걸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 캠퍼스 내에서 열린 제6차 동방경제포럼 전체회의 연설에서 "우리(러시아와 일본)의 관계에서 이런 서류(평화조약)가 없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평화협정을 위한 대화를 절대 거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인해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의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 등 남쿠릴열도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다만 남쿠릴열도 4개 섬 모두를 돌려받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아베 정권 시절 러시아와 시코탄과 하보마이 2개 섬을 우선 반환받는 협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가 미군의 남쿠릴열도 배치 가능성을 우려,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평화조약에 실재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 근처에 미군과 미사일 공격 시스템이 배치될 가능성과 관련해 예상치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 측으로부터 미군 배치 문제에 대한 답을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이날 쿠릴열도에 기업들을 위한 전례 없는 세제 지원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이곳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재산세, 토지세를 10년간 면제하고 관세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실효적 지배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이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에 관심을 드러냈지만 이를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히 커 향후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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