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승용차 판매 비중 역대 최저 수준…주도권은 RV로

입력 2021-09-05 06:01  

현대차·기아, 승용차 판매 비중 역대 최저 수준…주도권은 RV로
8월 세단·해치백 등 승용 모델 33.9% 그쳐…RV는 47.9%
누적 판매량 RV>승용 양사 합병 이후 처음…신차 라인업도 RV 중심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승용차 판매 비중이 양사가 합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레저용 차량(RV)으로 사실상 넘어갔다.
'차박(자동차+숙박)' 열풍에 양사의 신차 라인업도 RV 모델에 편중되며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5일 현대차·기아의 8월 판매 실적에 따르면 세단·해치백 등 승용 모델은 국내에서 3만1천179대가 팔리며 양사의 전체 국내 판매(9만2천37대)의 33.9%에 그쳤다.
반면 RV 모델은 4만4천55대가 판매되며 47.9%를 차지했다.
소형 상용차는 1만4천596대(15.9%), 대형 상용차는 2천207대(2.4%)가 각각 팔렸다.
올해 1∼8월 양사의 누적 실적으로도 승용 모델은 35만841대(40.6%)가 팔렸고, RV 모델 35만8천504대(41.5%), 소형 상용차 13만3천529대(15.4%), 대형 상용차 2만1천658대(2.5%)가 각각 판매됐다.
연간 누적 판매를 기준으로 승용 모델이 RV 모델보다 적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2000년 양사 합병 이후 처음이다.
양사 승용 모델의 올해 누적 판매 비중은 2002년(39.4%)과 2003년(38.7%)을 제외하고 역대 최저치다.
반면 RV 모델의 누적 판매 비중은 처음으로 상용차까지 포함한 전체 판매에서 40%대를 넘어섰다.
5년 전인 2016년만 해도 RV 모델의 판매 비중은 33.6%에 불과했으나 매년 비중을 높이며 작년에는 38.0%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4∼6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승용 모델에서 강세를 보이던 현대차가 RV 판매를 늘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달 국내 판매 5만1천34대 중 승용차는 1만7천341대, RV 모델 2만700대, 소형 상용차 1만987대, 대형 상용차 2천6대다. 승용 모델 비중은 34.0%로 7월(34.0%)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RV 모델 판매량이 2개월 연속 승용 모델을 앞질렀다.

이는 현대차의 신차 라인업에서도 드러난다.
RV 모델은 베뉴,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차급별로 촘촘하게 구성됐다.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도 RV 모델이다. 여기에 조만간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캐스퍼도 추가된다.
반면 승용 라인업에서는 경차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엑센트, i30, 아이오닉 등이 단종됐다. 대표 모델인 아반떼와 쏘나타는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80과 그랜저가 높은 판매량을 올리긴 했으나, 7∼8월에는 반도체 공급 부족과 신차 설비 공사 등으로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이 생산 조절에 들어가며 그랜저 판매도 크게 줄었다.

과거 RV 모델 중심이던 기아의 경우 현대차 합병 이후 승용 모델을 강화해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승용 모델 판매 비중을 60% 이상으로 크게 늘렸으나 최근에는 다시 RV 모델 중심으로 복귀했다.
기아의 지난달 국내 판매 4만1천3대 중 승용 모델은 1만3천838대로 33.7%에 그쳤고, RV는 2만3천355대로 57.0%를 차지했다.
K5와 K8 등 최근 선보인 승용 모델 신차가 좋은 반응을 얻고는 있지만, 전체 판매는 카니발, 쏘렌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신형 스포티지가 기아의 베스트셀링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승용 모델 판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닝과 레이 등 경차 판매는 2천대 이하로 떨어졌고, 반도체 부족 여파로 K8의 판매도 주춤했다.
지난달부터 출고가 시작된 EV6 역시 아이오닉 5처럼 RV 모델로 개발돼 향후 전기차 판매가 늘면 RV 판매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 등장 이후 RV 모델이 지속해서 늘고 있고, 최근 친환경 모델도 기술 개발로 작은 차에 한정되지 않고 RV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자동차에 쾌적한 거주 공간에 대한 니즈(요구)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RV의 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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