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추 참사' 말레이 MH17 여객기 재판, 유족 91명 증언 청취

입력 2021-09-07 10:49  

'격추 참사' 말레이 MH17 여객기 재판, 유족 91명 증언 청취
네덜란드 법정, 궐석 재판 진행…내년 하반기 선고 계획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298명이 전원 사망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B777) 탑승자 유족 가운데 91명이 법정 진술에 나섰다.



7일 로이터통신,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격추에 따른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국적자 3명과 우크라이나 국적자 1명 등 4명에 대한 궐석재판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법원에서 전날 열렸다.
올해 6월부터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 중인 헨드릭 스팅허스 재판장은 "내년 6월에 심리를 마무리하고, 9월 22일에 선고하고자 한다"며 "이러한 사건은 정확히 선고일을 예측하기 어렵기에 9월 22일에 안 되면 11월 17일 또는 12월 15일에 판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MH17편 여객기는 2014년 7월 17일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중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부크(BUK)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희생자 가운데 196명이 네덜란드인이었기에 네덜란드 당국이 주도하고 말레이시아, 호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이 참여한 국제조사팀이 수사를 벌였다.
국제조사팀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친러 반군 조직의 소행으로 결론 내리고 작년 초 용의자로 지목된 러시아 국적자 3명과 우크라이나 국적자 1명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러시아는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에 자국군이나 인사가 개입됐다는 모든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네덜란드 재판부는 피고인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올해 5월 26일 길제-리엔(Gilze-Rijen) 공군기지를 방문해 여객기 잔해를 조립해 놓은 모습을 관찰했고, 유족들은 생중계 방송을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전날 재판에서는 격추 희생자 가족들이 처음으로 증언에 나섰다.
앞으로 3주 동안 91명의 유족이 재판부에 15분씩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며, 다른 나라의 희생자 가족은 화상으로 증언에 참여한다.
첫 번째 증언에 나선 리아 반 더 스틴은 "그들(러시아)은 거짓말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그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격추사고로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잃었다.
사고로 12세, 10세, 7세의 세 딸을 모두 잃은 피터 반 더 미어는 "나는 아이가 없는 아빠가 됐다. 지난 7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고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호주에서 원격으로 증언한 바네사 리즈는 "7년 전 내 가족은 최악의 방법으로 깨졌다"며 양친을 잃은 슬픔을 전했다.
네덜란드 법원이 91명의 희생자 가족 증언을 듣는 일은 처음이자 '역사적 사건'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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