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는 터키, 살레는 타지키스탄에" 저항군 지도자 도피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저항군의 최후 거점 판지시르 장악과 전쟁 종료를 선언했지만, 저항군은 게릴라전으로 전환해 계속 싸우는 한편 '민중 봉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7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판지시르 전역을 모두 장악했다. 이제는 조국을 재건할 때"라고 발표했다.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주는 힌두쿠시산맥을 중심으로 기다랗게 양옆으로 형성된 도시여서 예로부터 '천혜의 요새'로 꼽힌다.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20년만에 재집권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과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는 판지시르에 저항군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을 조직했다.
NRF는 전날 탈레반 병사들에게 밀려 판지시르 주도 바자라크를 내줬고, 주 정부 청사에는 탈레반 깃발이 내걸렸다.
하지만, NRF는 "판지시르를 장악했다는 탈레반의 발표는 거짓"이라며 "NRF 병력은 계곡의 모든 전략 지점에 있고,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NRF 지도자 마수드는 탈레반의 승전 선언 후 트위터에 "나는 무사하다"고 글을 올린 뒤 파키스탄이 탈레반 병사들을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 전사들은 쓰러지지 않는다. 마지막 한 방울의 피를 흘릴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우리 전사들은 여전히 판지시르에 있고, 탈레반과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아프간 국민이 이웃국가의 꼭두각시 탈레반에 대항하는 전쟁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아프간 국민 전체가 존엄성과 자유, 번영을 위해 민중 봉기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NRF의 대변인 알리 마이삼은 "우리 전투는 게릴라전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NRF 측은 판지시르 계곡의 험한 지형을 이용해 탈레반 병사들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NRF의 소식통은 "지난 5일 밤 저항군 거점이 드론 공격을 받아 전사들이 고산지대로 퇴각했다"며 "여전히 판지시르 계곡에서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고 타스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또 탈레반이 마수드의 아버지인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묘소도 장악했다고 밝혔다.
바자라크에서 8㎞ 떨어진 언덕에 위치한 묘지에는 탈레반 병력이 배치됐으며, 탈레반은 이를 두고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SNS에는 묘소를 찍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한편, NRF 지도자 마수드가 판지시르에 있지 않고, 터키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탈레반 홍보매체 알레마라(Alemarah) 소속 기자는 "판지시르에는 인터넷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마수드가 온라인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느냐? 마수드는 터키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인도 매체 NDTV가 보도했다.
앞서 NRF의 공동 지도자인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이 판지시르를 떠나 타지키스탄으로 향했다는 도피설이 며칠 전부터 제기됐다.
전날 탈레반 대변인은 "살레 부통령이 타지키스탄으로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수드와 살레 부통령의 위치는 저항군 측으로부터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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