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원심력에 모래 알갱이 쌓이는 힘 작용해 독특한 모양 형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과 일본이 탐사선을 보내 속속들이 알게 된 소행성 '베누'(Bennu)와 '류구'(龍宮)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적도 부위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다이아몬드 형태로 서로 아주 비슷해 과학자들마저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는 이 소행성들이 회전하면서 원심력으로 이런 독특한 형태를 보이게 된 것으로 추정돼 왔지만 사실은 모래 알갱이가 원뿔 형태로 쌓이는 것과 같은 다른 힘도 같이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에 따르면 이 대학 유체역학팀과 미국 럿거스대학 연구진은 지구 근접 두 소행성의 다이아몬드 형태를 설탕이나 모래와 같은 작은 알갱이의 '과립 물리학'으로 설명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과립 물질'(Granular Matter)에 발표했다.
소행성은 약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대형 행성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남은 물질로, 대부분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갇혀 태양을 돌고 있다. 너무 멀리 있어 연구하기가 까다롭지만 일부가 빠져나와 지구로 근접하다 무인 탐사선 탐사로 실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베누와 류구도 그런 사례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2'의 방문을 받았다.
이를 통해 두 소행성이 작은 자갈과 암석이 중력으로 느슨하게 뭉쳐있는 유형의 소행성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기본적으로 해변의 모래처럼 작은 알갱이들이 상호작용으로 뭉쳐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OIST 유체역학팀 연구원으로 논문 제1저자 타판 사부왈라 박사는 "이전 모델은 다이아몬드 형태가 회전하는 힘으로 극지의 물질이 적도 부근으로 쏠리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제시했으나 이 모델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에서는 평평해지거나 비대칭적 구조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 무언가 틀리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모델에 물질의 퇴적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모래나 설탕을 깔때기로 부을 때 알갱이에 서로 다른 힘이 작용하면서 원뿔 형태로 쌓이는 현상을 설명해주는 과립 물리학을 기존 모델에 응용했다.
그 결과, 소행성의 회전에 따른 원심력에다 알갱이가 축적되는 힘이 적용되면서 모래산과 같은 원뿔이 아닌 베누나 류구와 같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소행성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원심력이 극지 인근에서는 줄어들어 물질이 쌓이면서 독특한 외양을 형성한 것으로 설명했다.
<YNAPHOTO path='AKR20210907106000009_04_i.gif' id='AKR20210907106000009_0701' title='오시리스-렉스가 포착한 회전하는 베누 ' caption='[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University of Arizo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모델은 또 자갈더미로 된 베누나 류구가 둥근 형태로 출발한 뒤 다이아몬드 형태로 변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도 기존 모델과는 다른 것으로 제시됐다.
형성 초기부터 물질이 쌓이며 다이아몬드 형태를 보였으며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기존 모델과는 차이가 있지만 최근 관측 결과와는 일치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OIST 유체역학팀장인 피나키 차크라보르티 교수는 "작은 알갱이의 축적을 설명하는 단순한 개념으로 두 소행성의 독특한 형태를 설명했다"면서 "이런 간단한 생각으로 복잡한 문제를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유쾌한 측면일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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