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 숨진 2015년 11·13 파리 연쇄테러 재판 시작…용의자 1명 생존
프랑스 현대사 최대 규모 재판…법원, 9개월의 마라톤 일정 소화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나는 이슬람국가(IS) 전사가 되기 위해 모든 직업을 포기했다."
2015년 11월 13일 폭탄, 총기 테러로 프랑스 파리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유일하게 생존한 살라 압데슬람(31)은 8일(현지시간) 법정에서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오후 파리 특별법원 피고인석에 앉은 압데슬람에게 이름을 물으며 신원 확인 절차를 시작하자 그는 대뜸 "우선 알라 외에는 신이 없으며 무함마드가 그의 종이자 전령이라는 것을 증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부모 이름을 물어보자 압데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은 이 이야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나타난 압데슬람은 그간 수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침묵을 지켜왔다.
550개의 방청석이 마련된 법정은 이날 변호사, 기자 등으로 가득 찼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 속에 재판이 진행됐다고 일간 르 몽드가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본토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를 일으킨 용의자 9명 중 다수는 자살하거나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압데슬람도 테러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그가 차고 있던 '자살 벨트'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모로코 이중 국적을 가졌지만, 벨기에에서 태어난 압데슬람은 범행 직후 벨기에 브뤼셀로 도피했다가 2016년 3월 체포됐다.
압데슬람은 이후 프랑스로 인도돼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동시에 재판과 수사를 받아왔다.
이번 재판에는 압데슬람 일당에 물류를 지원하고, 무기를 공급한 조력자까지 합쳐 총 20명이 기소됐으나 6명은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대부분 시리아에서 공습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5월까지 9개월 동안 이어질 재판에는 변호인 330여 명, 피해자 300여 명 등이 출석하는 기일이 145일간 잡혀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증인으로 나선다. 총 542권의 책으로 정리한 사건 기록은 100만 장에 달한다.
AFP 통신은 "프랑스 현대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라고 보도했다.
피고인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 크리스티앙 생팔래는 "역사에서 가장 긴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잔혹했던 11·13 테러는 프랑스와 독일 축구 대표팀의 친선 경기가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밖에서 액체 폭탄이 들어있는 조끼가 터지면서 시작됐다.
이어 압데슬람의 형을 포함한 한 무리가 파리 10구와 11구에 있는 식당가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고, 또 다른 무리가 공연 중인 바타클랑 극장에 난입해 90명을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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