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에선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 꼬리표만 있으면 세금인상이나 공약파기도 용납된다.
이것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판단이라는 게 BBC의 분석이다.
존슨 총리는 7일(현지시간) 국민보험 분담금을 올려서 NHS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또, 고령화에 따른 막대한 돌봄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이후엔 보건·사회복지 부담금을 걷는 안을 내놨다.
지금은 국민보험 분담금을 내지 않는 고령의 근로자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하도록 한다.
이 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존슨 총리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던 공약을 깨면서 영국의 조세부담률을 2차대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리게 된다. 세금을 인상해 이렇게 대규모로 NHS에 지원하기는 처음이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의 가치와는 달리 '큰 정부'를 지향하는 듯한 이런 결정을 여러 각료나 집권당인 보수당 내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했다.
그렇다고 야당에서 호응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당 등은 돌봄서비스가 실제로 개선될지도 모르겠는데 저소득층·청년층 근로자들에게 더 큰 짐이 지워진다고 비판한다.
총리실도 환자들이 큰 차이를 느낄 것이라거나 삐걱거리는 돌봄체계가 몇년 안에 나아진다고 보장하진 못한다.
그러나 이번 결단이 국민의 불안을 달래는 효과가 있길 바라고 있다.
영국의 의료체계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과부하 상태다. 일반 환자 대기가 550만명에 달하며 이대로라면 몇년 안에 1천3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텔레그래프지에 8일 밝혔다.
코로나19 전에는 24주 안에 10명 중 9명을 치료했는데 지금은 45주가 걸린다고 했다. 7명 중 1명은 돌봄 비용으로 10만파운드 넘게 사용한다.
존슨 총리는 NHS에 자금 지원을 해도 대기가 평소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6년이 걸릴 것이라고 비공식적으로 경고했다고 텔레그래프지는 전했다.
BBC는 이런 상황에서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NHS가 돈이 떨어져서 의료 서비스에 차질이 생겼다는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는 일은 피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NHS에 대한 지지에 베팅하며 아무것도 안하는 정치적 위험보다는 불완전한 해결책을 내놓는 위험을 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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