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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혈액이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인 패혈증(sepsis)에 의한 사망 원인은 혈소판의 급격한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패혈증은 인체에 침입한 세균에 혈액이 감염되면서 면역체계의 과잉 반응에 의해 염증이 폭발하는 전신성 염증반응으로 복합 장기부전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패혈증은 혈액을 응고하는 혈소판 수치가 비정상으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 나고야(名古屋) 대학병원 응급의학 전문의 카스가이 아이스케 교수 연구팀은 패혈증 사망 원인은 절대적 혈소판 수치가 지나치게 낮은 것보다는 혈소판 수가 줄어드는 정도(degree of reduction)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8일 보도했다.
미국 208개 의료기관의 집중치료실(ICU: intensive care unit)에서 치료를 받은 패혈증 환자 20만859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패혈증 사망 위험은 혈소판의 절대적 수치와 무관하게 혈소판이 얼마만큼 줄어드느냐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혈소판이 급격하게 줄어들수록 사망 위험은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혈소판이 11% 이상 줄어들면 출혈과 혈전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절대적인 혈소판 수치보다는 혈소판 감소의 정도가 패혈증 사망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더 적합하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패혈증이 발생하면 '파종 혈관 내 응고'(DIC: 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로 혈관 전체에서 작은 혈전들이 형성돼 각종 장기에 달라붙으면서 혈액 순환 장애가 나타난다.
DIC는 감염, 수술, 외상 등의 원인으로 혈관 내 지혈 담당 성분이 과다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혈소판이 고갈된다.
따라서 절대적인 혈소판 수치가 패혈증 관련 DIC의 국제적인 진단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진단기준을 사용한 임상시험들은 패혈증 관련 DIC의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를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 치료법은 없다.
절대적인 혈소판 수치보다 혈소판 감소의 정도가 패혈증 관련 DIC에 의한 사망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학설은 있지만 DIC 예후를 나타내는 국제적인 표지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패혈증 관련 응고병증(coagulopathy)의 예방과 치료 방법 개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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