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116년 전 멕시코로 이주한 1세대 한인들, 이른바 '에네켄'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이 멕시코서 출간됐다.
8일(현지시간)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은 '검은 꽃' 스페인어판(Flor Negra)이 현지 파노라마 출판사를 통해 최근 출간됐다고 밝혔다.
스페인어판 번역은 고혜선 단국대 교수와 번역가 프란시스코 카란사가 맡았다.
2003년 작 '검은 꽃'은 1905년 멕시코 에네켄(선박용 밧줄의 원료로 쓰이던 선인장의 일종) 농장으로 노동 이민을 한 한인 1천여 명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이다.
격변기 새 삶을 꿈꾸며 멕시코행을 택한 한인들의 아프고도 기구한 역사를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그려냈다.
이 책은 앞서 영어, 불어, 독일어, 일본어, 폴란드어 등으로 번역돼 각국에서 출간된 바 있다. 스페인어로도 이미 번역됐으나 정작 배경이 된 멕시코에선 출간이 지연되다 이번에 문화원이 현지 출판사를 물색해 드디어 출간이 성사됐다.
김영하 작가는 문화원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검은 꽃'은 제가 지금까지 쓴 소설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라며 "언젠가 꼭 멕시코에서 출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디아스포라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20세기 초반 한국인들의 이야기지만 지금 다른 나라의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한국과 멕시코가 문학으로 연결되는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원은 이번 출간을 기념해 오는 9일 번역가와 현지 편집자 등을 초청해 작품의 의미, 한국 이민사 등과 관련한 온라인 콘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멕시코 내 주요 대학과 한인회, 한인후손회 등에 책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