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전 주한대사 "미국, 대만방어 전략 모호성 재고해야"

입력 2021-09-09 12:52   수정 2021-09-09 13:43

해리스 전 주한대사 "미국, 대만방어 전략 모호성 재고해야"
"중국, 대만 고립시킨 뒤 점령하려 해" 경고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중국의 대만 점령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미국이 지난 수십년간 대만 방어와 관련해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원칙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9일 자유시보(自由時報)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해리스 전 대사는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래 지속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며 "만약 재평가 이후에도 같은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다면 그건 괜찮지만 단순히 1970년대 이후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해리스 전 대사는 1979년 단교 후 대만과의 관계 유지 및 군사적 지원의 기반이 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 체제에서 미국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수개월간 미군 장성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이후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방어 무기를 제공하고 중국의 침공 등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실제로 군사 개입을 할지에 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함과 동시에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정치적인 독립 선언을 해 중국의 침공을 초래하는 사태를 억제하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미중 신냉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에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한편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시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해 명시적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 때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하겠다는 새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중국은 먼저 (대만을) 고립시키고 대만을 지배하려 한다"라고 경고했다.
필립 데이비드슨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지난 3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의 아시아 세력 확장을 경계하면서 중국이 향후 6년 내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한 바 있다.
중국은 대만을 전쟁 등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회복해야 할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집권 이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더욱 멀어지는 가운데 중국은 대만을 무력으로 수복할 수 있다는 거친 언사를 수시로 하면서 대만 주변에서 항공모함, 전투기 등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자주 벌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 정부도 기존의 대중 정책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대만과 각종 관계를 한층 긴밀히 하는 가운데 대만에 전투기, 전차, 미사일 등 각종 첨단 무기를 전례 없이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대만 문제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 중 하나로 부상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공개된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대만도 공식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비슷한 보호 대상이라고 언급해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과 관련해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한 것이 없다고 진화에 나서 '말실수'로 정리가 되기는 했지만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대만에 대한 미국 최고 지도자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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