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국왕 자유주의 성향 정당 1·2위…모하메드 6세 국왕 입지 강화 예상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아프리카 모로코 총선에서 '아랍의 봄' 혁명을 계기로 집권한 이슬람주의 정당이 심판을 받았다.
9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모로코 총선의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자유주의 성향 독립국민연합(RNI)이 전체 395석 가운데 97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다.
RNI는 2016년 총선에서는 37석을 얻는 데 그쳤었다.
또 다른 자유주의 성향 신뢰현대당(PAM)이 82석으로 2대 정당이 됐고, 보수 성향 이스티클랄당(독립당)이 78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온건 이슬람주의 성향의 현 집권당 '정의개발당'(PJD)은 불과 12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의 쓴맛을 봤다.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집권한 PJD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무려 125석을 차지하며 원내 최대 정당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사회적 불평등 및 부패 척결 실패에 경제 실정 등에 발목이 잡혔다.
반면, 원내 1, 2대 정당이 된 RNI와 PAM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주도하고 경제 재건 계획을 세우기도 한 국왕 모하메드 6세의 덕을 톡톡히 봤다.
RNI는 국왕의 아버지인 하산 2세(1999년 사망)의 매제가, PAM은 국왕의 친구가 설립한 정당이다.
특히 석유·가스 및 통신 재벌 출신의 농업부 장관인 아지즈 아카눅이 이끄는 RNI는 참패한 PJD의 연정 파트너였음에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PAM의 경우 의석수가 5년 전(102석)보다 줄었지만 2대 정당 지위를 유지했다.
'아랍의 봄' 이후 10년간 실패한 경제 재건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받았다는 해석이 주류다.
참패한 PJD는 라이벌 정당들이 매표를 했다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정당이나 사례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친국왕 성향 정당들의 약진으로 이미 광범위한 권력을 행사해온 모하메드 6세의 입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과반에 근접한 정당이 없는 만큼 향후 연정 논의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모로코에서는 국왕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왕은 선거를 통해 제1당이 된 정당에서 총리 후보를 고르고, 국왕이 고른 총리 후보는 내각 구성안을 마련해 국왕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또 왕실은 내무부와 외무부, 국방부 등 중요 부처의 장관 임명에 관한 칼자루도 쥐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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