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은 "뾰족한 해결책 없어"…법적 대응·인력 충원
비정규직지회는 직고용 거듭 주장 '평행선'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004020]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19일째 무단 점거하면서 자회사 채용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
현대제철은 아직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법점거와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소속 협력업체 노동자 2천600여명은 현대제철 자회사인 현대ITC 입사를 거부하고 '현대제철 직고용'을 주장하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 가운데 100여명은 지난달 23일부터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 중이다. 지난 8일에는 비정규직지회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통제센터에는 안전, 환경, 물류, 생산 운영, 재무 등 제철소 핵심부서 대부분이 몰려있다"면서 "장기간 점거하면 여러 우려 사항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당진공장 직원들과 자회사 직원들이 생산 공백을 막기 위해 연장근무를 강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진공장은 건설 현장 철근 공급의 약 12%를 담당한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생산 공백을 막아내고 있지만, 직원들의 피로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와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를 받아들여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문제는 파업과 점거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지회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또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에 불과한 꼼수일 뿐"이라며 "시간은 우리 편이고, 현대제철이 대화에 나오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자신들이 협상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파업 중인 노동자들이 현대제철 직원이 아니라 협력사의 '정규직' 직원이어서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파견법 위반이 될 수 있어서다.
대신 현대제철은 불법 점거부터 풀기 위해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지난 3일 통제센터를 점거 중인 비정규직지회 180명을 상대로 2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통제센터 점거에 따른 기물파손과 대인 폭행 피해,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산 차질 등을 계산한 금액이다.
현대제철 측은 "법적 대응 이외에는 뾰족한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불법점거를 우선 푸는 것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자회사 현대ITC 인력 충원에도 나섰다.
현대ITC는 전날 기술직 신입사원과 경력사원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신입은 50여명 채용하며, 연봉은 4천800만원 플러스알파(+α)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력은 당진제철소 1차 협력사 재직자로 한정해 채용을 진행한다. 사측이 현재 파업 중인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번 채용의 문을 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측이 직고용 이외에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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