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反트럼프' 날 선 구호, 공화당은 '부정선거' 선동
계란 추정 물체 맞을 뻔한 공화 흑인 후보 "편협한 좌파" 주장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민소환 투표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 대결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 대선 이후 더욱 골이 팬 미국의 이념 양극화 현상이 소환 투표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바짝 날이 선 정치 구호와 거짓 선동이 유세장을 휩쓸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현 주지사는 14일 치러지는 소환 투표를 앞두고 공화당 래리 엘더 후보를 겨냥해 '흑인 트럼프'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의 흑인 엘더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름없는 극우 인사라고 공격함으로써 반(反)트럼프 정서가 강한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뉴섬 주지사는 최근 유세에서 "트럼프 주의는 여전히 살아있고 캘리포니아에도 도달했다"며 엘더를 겨냥했다. 뉴섬과 함께 연단에 오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엘더는 캘리포니아의 트럼프를 꿈꾼다"고 비난했다.
뉴섬 유세장에선 일부 지지자들이 "흑인 얼굴을 한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엘더를 거세게 비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흑인 트럼프' 공세는 민주당 지지층을 파고들며 먹혀드는 형국이다.
선거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중하순까지만 해도 뉴섬 유임 여론은 50%를 밑도는 위기 상황이었으나 9일 기준 유임 여론은 54.7%로 상승했다.
소환 투표에서 유임을 원하는 유권자가 50%를 넘으면 뉴섬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흑인 트럼프' 공세로 뉴섬 유임 여론이 반등하자 엘더 후보는 느닷없이 선거 사기 주장을 꺼내 들며 공화당 지지층을 선동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엘더는 뉴섬을 대체하겠다고 나선 46명 후보 중 지지율 26%로 1위다. 소환 투표에서 뉴섬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가 50%를 넘기만 한다면 엘더는 30%도 안 되는 지지율로도 주지사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소환 투표는 주지사 교체가 확정되면 그를 대체하겠다고 나선 후보자 중 다수 득표자를 차기 주지사로 선출하는 구조다.
엘더는 8일 사전 투표를 마친 뒤 "2000년 대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소환 투표에도) 사기가 있는 것 같다"며 선거운동 사이트에 신고센터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대선 사기 주장을 펼쳤던 트럼프 전 대통령도 보수 매체 뉴스맥스에 나와 캘리포니아 소환 투표가 "아마도 조작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엘더 후보를 겨냥해 달걀로 추정되는 물체를 투척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엘더는 8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도시의 노숙자 촌을 찾았는데 고릴라 가면을 쓴 여성이 엘더를 향해 달걀로 보이는 물체를 던졌다. 엘더는 이 물체에 맞지 않았지만 수행원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LA 타임스는 고릴라 등 유인원 복장과 이미지는 수 세기 동안 흑인을 인종차별적으로 묘사할 때 사용된 도구라고 전했고 LA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엘더는 사건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편협한 좌파들은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뉴섬을 공격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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