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금융위, 플랫폼 동시 '조준'…전방위 규제

입력 2021-09-10 14:44  

공정위·금융위, 플랫폼 동시 '조준'…전방위 규제
"경쟁제한 집중 감시" "금융규제 예외 없다"
금소법 시행 이어 정치권 '공정화법' 논의도 속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차지연 홍지인 기자 =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행위 우려도 상존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다"(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는 (빅테크에 대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으며 그 원칙을 앞으로 지켜나갈 것이다"(고승범 금융위원장)
거대 플랫폼을 발판으로 쇼핑, 금융, 모빌리티, 대리운전, 미용실 등 '문어발' 확장을 이어온 빅테크가 전(全)방위 규제 파고에 직면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외부 강연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두고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분야 경쟁제한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해 법 위반을 예방하겠다며 빅테크 감시 강화 방향을 예고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한 학술토론회에서 "국내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이 비(非)가맹택시를 차별하고 가맹택시에 배차를 몰아주었다는 신고도 접수돼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이 조사를 받는 업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주요 플랫폼'은 카카오모빌리티를 가리킨다.
카카오가 직접 택시 가맹업에 뛰어들 때부터 택시 사업자와 기사들 사이에서는 수수료 인상과 종속 우려가 제기됐고 실제로 그러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주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자사 자체브랜드(PB) 상품은 좋은 자리에, 입점업체 상품은 하단에 노출시켰다는 문제 제기도 지속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는데, 이는 쿠팡 등 쇼핑몰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시장을 지배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서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규칙을 조정하고 왜곡하는 행위는 앞으로도 공정위의 집중 감시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공정거래를 도모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이 필요하고,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서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규제는 빅테크의 발등의 불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일 빅테크·핀테크가 운영하는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추천·견적 서비스 다수가 법령에 따라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이 필요한 '중개'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안내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플랫폼이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금융소비자보호법 계도기간이 끝난 후 25일부터는 불법 미등록 영업에 해당한다고 안내했다.
금융당국은 전날 열린 빅테크·핀테크업계와 긴급간담회에서도 금융플랫폼이 "위법 소지를 시정하지 않으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금융위는 이 자리에서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기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 및 건전한 시장질서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빅테크는 대출과 카드에 대해서는 종전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펀드와 보험에 대해선 판매를 중단하거나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환경(UI) 등 시스템을 수술해야 할 처지다.
금융감독당국 입장에서는 '미등록' 전자금융업체 머니포인트 환불 사태로 늑장 대응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다 금융소비자보호법 본격 시행을 앞둔 중대한 시기다. 촘촘한 규제를 지켜야 하는 기존 금융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공정위와 금융위의 메시지는 빅테크가 그동안 혁신과 소비자 편익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았지만 이제는 빅테크가 오히려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성장, 그러한 특혜를 받을 시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빅테크 규제 논의가 본격화했다.
빅테크의 우월적 지위 남용, 과다 수수료, 골목상권 침해 논란, 미흡한 소비자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비자, 입점 업체에 큰 부담인 약 20%에 달하는 플랫폼 수수료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앞서 7일에는 송갑석·이동주(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플랫폼 견제법 약 10건이 발의됐다.
빅테크는 당국과 정치권의 파상 공세에 일단은 엎드리는 모습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지금까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법적·제도적으로 필요한 절차는 모두 준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따라야 하는 절차는 계속 엄수하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의 가이드에 따라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해왔다"며 "이번 지도 사항에 대해서도 금소법 계도 기간 내에 금융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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