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선출직 LA 보안관, 같은 당 정치인들 침묵 비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민소환 투표에 출마한 공화당 소속 흑인 후보를 겨냥해 고릴라 가면을 쓴 백인 여성이 계란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증오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알렉스 비야누에바 보안관은 계란 투척 사건과 관련해 이러한 수사 방침을 밝혔다고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이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경 보수 성향의 흑인 후보 래리 엘더는 지난 8일 LA 인근 도시의 노숙자 촌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고릴라 가면을 쓴 한 백인 여성이 엘더를 향해 달걀로 추정되는 물체를 던진 것이다. 엘더는 이 물체에 맞지 않았지만, 수행원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LA 타임스는 고릴라 등 유인원 복장과 이미지는 수 세기 동안 흑인을 인종차별적으로 묘사할 때 사용된 도구라고 전했다.
비야누에바 보안관은 "고릴라 마스크를 쓴 것은 (인종차별) 메시지가 분명하다"며 이번 사건에 증오 범죄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LA 카운티는 주민 선거를 통해 치안 책임자인 보안관을 선출하는데 비야누에바 보안관은 2018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엘더 후보를 겨냥한 계란 투척 사건에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엘더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과 기후 변화 정책 등에서 민주당과 대척점에 서 있고 최근에는 소환 투표에서 부정 선거가 의심된다는 선동을 하고 있다.
이런 엘더 후보를 향해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현 주지사 진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름없는 '흑인 트럼프'라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비야누에바 보안관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 대결이 가열되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흑인 정치인이 계란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분노가 어땠을지 입장을 바꿔 상상해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좌파의 특권'은 "백인 여성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린다는 걱정 없이 고릴라 가면을 쓰고 흑인 남성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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