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예술가, 베를린서 인종차별 극복 실험극…'칭창총 소나타'

입력 2021-09-13 06:00  

한독 예술가, 베를린서 인종차별 극복 실험극…'칭창총 소나타'
독일 문화미디어부 후원…"인종차별은 함께 풀어야 할 문제"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우리나라와 독일 청년 예술가들이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독일 사회 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실험극을 무대에 올렸다.

11일(현지시간) 베를린 문화환경공간 니르겐트보에서 막을 올린 '칭창총 소나타 1번'의 무대는 지하철이다.
지난해 4월 한국 유학생 부부가 베를린 지하철에서 독일 시민으로 보이는 남성 3명과 여성 2명 무리에게 '코로나'라는 인종차별적 폭언을 듣고, 성희롱과 폭행을 당한 데서 착안했다.
바이올린 연주자인 독일인 알렉스는 지하철에 함께 탄 동료이자 소고 연주자 한국인 지호에게 "눈이 찢어졌다"고 놀리고, 소고가 바이올린에 비해 열등한 악기라며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적인 인종차별의 가해자가 된다.
이후 지호와 몸이 뒤바뀐 알렉스는 "나는 눈이 찢어지지 않았어", "나는 소고 연주를 못 해"라고 자신의 상황을 부인하면서 지호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지하철의 종착역은 칭창총 나라다. 이 실험극이 지향하는 유토피아인 칭창총 나라에서는 나는 너고, 너는 나고, 우리는 너이자 내가 된다.
가위바위보를 말하는 '칭창총'은 독일에서 아시아인들에게 일상적으로 인종차별을 하며 비아냥거릴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중국어의 소리를 따라 한 말이다.
독일 문화미디어부의 후원을 받은 이번 실험극은 12일까지 3차례 공연됐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이보영 기획·연출, 박경란 극작가, 제바스티안 바 작곡가 등 한국과 독일 청년 예술가들은 1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연극과 현대음악, 미술, 댄스가 어우러진 이번 실험극을 무대에 올렸다.

주인공인 독일인 알렉스 역할을 한 배우 제바스티안 페터는 "극 중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보라고 했을 때 나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니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가 생각났다는데 놀랐다"면서 "인종차별은 개별적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모두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보영 기획·연출가는 "칭창총이라는 아시아인에 대해 비난을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의미를 새롭게 바꾸고 싶었다"면서 "연극과 현대음악, 미술, 댄스 등 모든 복합적 예술 장르들이 한 공간과 시간 안에 어우러져 예술과 인종, 문화적 다양성을 선보임으로써 차별할 수 있는 부분이 무너지고, 관객들도 다른 것들이 모였을 때 더 새롭고 신선하고 귀한 것이 나올 수 있다고 깨닫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경란 극작가는 "연극을 통해 인종차별을 직접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관객과 배우가 하나 돼서 인종차별에 대한 학습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인식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대와 자유대가 독일 내 아시아계 700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80%는 언어적 또는 신체적 공격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격의 62%는 거리에서, 37%는 상점에서, 17%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11%는 직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50%는 자신(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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