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세계 각국과 기업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 탄소배출을 '제로'(0)화하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표준 지침이 없어 사실상 헛공약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미 CNBC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에너지기후정보분석원(ECIU)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상장사 2천개사 중 이미 5분의 1이 탄소 순배출량 '제로' 달성 의사를 밝혔다.
예컨대 비자, 아스트라제네카, 알래스카항공은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을 없애겠다고 했고 애플 등은 2030년까지 공급망과 제품에서 100%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국가 차원에서도 미국은 탄소 중립 목표 시기를 2050년으로 제시했고 중국은 206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탄소배출 중립에 관한 세계적인 표준 지침은 없어 각자가 스스로 개념을 정의하면서 탄소 배출 절감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예컨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한 기업은 자신들의 경제 활동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고 재생에너지 확대 설치, 나무 심기 같은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프로젝트의 현실 가능성도 의구심을 살 만하다.
예컨대 비정부기구(NGO) 옥스팜의 추산에 따르면 탄소배출 상쇄를 목적으로 나무 심기를 하려면 인도의 5배에 달하는 토지, 즉 지구상의 모든 농지에 해당하는 땅이 필요하다.
컨설팅 업체 VCMI의 연구에 따르면 탄소배출 상쇄 방안 중 실제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은 5%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됐다.
유엔(UN) 사무총장의 기후고문인 레이철 카이트는 "과학적 근거와 탄소배출 순제로로 향하는 진정한 경로가 없다면 이런 약속들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린스턴대 에너지환경연구센터 소속 과학자인 크리스토퍼 그레그는 "배출량을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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