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전속고발 수난시대'에서 주장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검찰이 전속고발권(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 폐지를 압박하기 위해 공정위에 대한 '표적 수사'를 벌였다고 공정위 고위 전관이 주장했다.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13일 발간한 책 '전속고발 수난시대'에서 "전속고발 폐지가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표적수사, 억지 기소'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6월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문제에 대해 수사한 끝에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을 기소했다. 지 전 부위원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공정위 상임위원 퇴직 후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로 취업했을 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은 혐의를 받았는데,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공약 이행을 위해 공정위와 법무부가 전속고발 폐지 방안을 협의 중이었는데, 돌연 검찰이 공정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는 것이 지 전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검찰이 한편에서 협상을 진행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무기를 들고 공격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고 적었다.
공정위가 고발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전담하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공정위를 수사하는 주체가 된 것을 두고도 의구심을 표했다.
당시 공정거래조사부는 4차장에서 3차장 휘하로 개편됐는데, 그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검사, 구상엽 부장검사라는 인사라인으로 개편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며 "여러 언론은 당시 윤 지검장의 최측근 참모로 평가받는 것이 한 차장검사였고, 구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 전속고발 폐지에 적극적인 인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전속고발권 폐지 협의는 공정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공포 속에서 계속됐고, 사실상 합의 없는 합의문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 검찰에 기업 수사 권한을 주는 전속고발을 폐지하기 어려워져 결국 현행대로 유지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bo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