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수술 후 첫 해외 순방…"유럽, 경제 회복 과정서 연대해야"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슬로바키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현지시간) 2차 세계 대전 당시 현지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이 창피한 일이라며 계속되는 반유대주의를 비판했다.
교황은 수도 브라티슬라바 리브네 광장의 홀로코스트 추모비 앞에서 "여기서 하나님의 이름이 더럽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모든 폭력과 반유대주의의 모든 형태를 규탄하기 위해 단결하자"고 목소리 높였다.
슬로바키아는 2차 대전이 진행됐던 1939년부터 1945년까지 가톨릭 신부였던 요제프 티소가 이끄는 나치 괴뢰 정부가 통치했다.
티소 정권은 반(反)유대 법에 서명하고 이들의 국외 추방을 허용했다.
전쟁 후에도 대부분의 생존자는 다른 나라로 이주하거나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숨기며 살았다.
현재 전체 인구가 약 540만 명인 슬로바키아 내 유대인은 대략 2천 명으로, 주요 종교가 가톨릭인 이 나라에서 반유대주의적 태도는 여전히 강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슬로바키아 정부는 교황 방문 사흘 전 티소 정권의 행동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교황은 전날 헝가리 범기독교 및 유대교 지도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도 유럽 내 반대유대주의 부활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경계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당시 교황은 "유럽과 다른 지역에 도사리고 있는 반유대주의 위협에 대해 생각한다"며 "불이 붙게 놔둬선 안 되는 도화선 같은 것이다. 이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노력하고 형제애를 고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오전 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연대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우리 시대 가장 큰 시험"이라고 언급하며 "그것은 우리가 모두 같은 배에 있을 때조차 우리 자신만을 생각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가르쳐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럽연합(EU)의 회복 계획에 따른 경기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순간적인 행복과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데 대해 경고하며 유럽에 연대를 강조했다.
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는 올해 들어 몇 주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 대비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을 기록했다.
올해 84세인 교황은 지난 12일부터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순방하고 있다.
7월 지병 수술을 받은 이후 첫 해외 순방으로, 교황은 15일까지 슬로바키아에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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