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교서 한국어 처음 정규과목으로…카롤리눔고 의무선택

입력 2021-09-14 06:07   수정 2021-09-14 11:40

독일 고교서 한국어 처음 정규과목으로…카롤리눔고 의무선택
카눌리눔고 교장 "한국어 도입후 학생 사고방식·자세 개방적으로 변해"
독일 고1 학생들 "e스포츠 강국 흥미로워…BTS 가사 해석하고 싶어"

(노이슈트렐리츠[독일]=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의 인문계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에서 한국어를 처음으로 정규과목으로 채택했다.
독일 메클렌부르크 포어폼메른주 노이슈트렐리츠시 카롤리눔 김나지움은 14일(현지시간) 2021∼2022학기부터 한국어를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 의무선택과목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10학년생들은 한국어를 의무선택과목으로 선택하면 주당 2시간 수업을 듣고 성적을 받게 된다.
제1외국어인 영어와 제2외국어인 스페인어, 러시아어, 라틴어, 제3외국어 스페인어, 고대 그리스어 외에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0학년들이 소화해야 할 수업 시간은 한 주일에 36시간이다.
이 학교는 2016년 11월 전북외고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2017년부터 방과 후 수업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독일 고등학교에서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의 다른 언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아주 드물다.
앞서 2013년 8월 헤센주 비스바덴 빌헬름 로이쉬너 종합학교에서 5∼6학년을 상대로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채택된 적은 있지만,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처음이다.

주독일한국교육원은 지난 9일 카롤리눔 김나지움과 업무 협약을 맺고, 이 학교의 정규과목이 된 한국어 수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795년 개교한 이 학교에는 7∼13학년 학생 1천 명이 다닌다.
이 학교 출신인 헤르만 부들러(1846∼1893)는 1883년 독일 정부가 무역협정에 관한 협상을 위해 한국에 사절단을 보냈을 때 공식 통역관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고, 1884년에는 우리나라에 처음 세워진 총영사관에 독일 제국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돼 부임했던 인연이 있다.

헨리 테쉬 카롤리눔 김나지움 교장은 "한국은 독일과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지만, 이제 영어나 독일어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어를 도입하고, 한국 학생들과 교류했더니 우리 젊은 학생들의 사고방식이나 자세가 훨씬 개방적으로 변했고, 호기심도 많아졌다. 서로를 알아갈수록 미래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숙 주독일한국교육원장은 "한류의 확산과 국력 향상 덕에 독일 내 한국어 학습 열풍이 커지고 있다"면서 "학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각주 정부와 협의해 한국어가 의무선택과목을 넘어 제3외국어, 아비투어 과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협약식에 이어 진행된 한국어 정규과목 시범수업에서 한국어를 의무선택과목으로 선택한 학생 18명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인사말과 자신의 이름, 국적, 직업, 거주지를 말하고 쓰고 읽는 법을 배웠다.
방탄소년단(BTS) 팬이라는 쥴리와 아멜리, 나브리드는 "의무선택과목 중 가장 흥미로워 보여서 수업을 듣게 됐다"면서 "한국어를 배우면 노래 가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에 다녀온 뒤 자랑하는 친구가 부러워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왔다는 루카스는 "새로운 것을 배우니까 너무 재밌고, 수업이 잘 짜여있고, 선생님이 학생들 이름을 다 아실 정도로 신경 써 주셔서 좋다"면서 "e스포츠를 즐겨보는데 한국인이 우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도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카롤리눔 김나지움에서 지난 4년간 한국어 수업을 맡아온 고영인 교사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쉽고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한국요리나 드라마, 케이팝 등을 이용해 수업한다"면서 "방과 후 수업을 통해 한국어를 처음 접한 뒤 한국학을 전공으로 삼는 학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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