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과학자들 "'아바나 증후군', 공격 때문이라는 증거 없다"

입력 2021-09-14 06:36  

쿠바 과학자들 "'아바나 증후군', 공격 때문이라는 증거 없다"
미 정부 직원 등이 각국서 겪은 미스터리 질환, 여전히 원인 불분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쿠바 등에 주재한 미국 정부 직원들 사이에서 나타난 괴질환, 이른바 '아바나 증후군'이 모종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쿠바 학자들이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반박했다.
쿠바과학원 소속 각 분야 학자 20여 명은 13일(현지시간) 관영매체들을 통해 아바나 증후군과 관련한 49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미스터리한 증후군'에 대한 서술은 과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미 외교관 등이 겪은 증상들이 어떤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며 "쿠바 경찰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의 수사당국도 '공격'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 주재하던 미국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이 건강 이상을 호소한 것은 2016년 말부터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어지럼증, 청력 손실 등을 겪은 이들이 늘어나자 미국은 이듬해 아바나 주재 직원들을 대거 철수시키고,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비슷한 시기 쿠바 내 캐나다 외교관들 일부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했고, 캐나다 역시 주재 직원 수를 줄였다.
이후 중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물론 미국 워싱턴에 근무하는 미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약 200명의 미국 공무원과 가족이 아바나 증후군 증상을 겪었고, 이 중 100명 정도가 CIA 요원과 가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동남아를 순방 중이던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베트남행이 예정보다 3시간 지연됐는데, 당시 미국 언론은 베트남 주재 미 직원이 아바나 증후군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증상이 나타난 사람 중엔 곤충 울음이나 금속을 가는 것과 같은 날카로운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한 이들도 있어, 음파 등을 통한 공격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기도 했다.
미 국립과학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극초단파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아직 분명히 밝혀진 것은 없는 상태다. CIA는 아바나 증후군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도 꾸렸다.
이날 보고서를 낸 쿠바 학자들은 미 국립과학원의 주장 역시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형태의 에너지도 선택적으로 뇌손상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학자들은 다만 환자들에 대한 의학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을 시인하며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라도 결론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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