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 중도우파 8년 집권 끝내고 정권 탈환
사민주의 새 총리…석유부국의 친환경 변신 여부 주목
(서울·브뤼셀=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김정은 특파원 = 노르웨이 총선에서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불평등 완화를 공약한 중도좌파 야권이 승리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의회 선거의 개표가 끝난 가운데 노동당, 사회주의좌파당, 중앙당, 녹색당, 적색당의 중도좌파 연합이 전체 169석 중 과반인 100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나 솔베르그(60)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을 비롯한 중도우파 연합은 68석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 결과에 솔베르그 총리도 2013년부터 8년간 유지해온 총리직을 내려놓게 됐다.
노동당은 8년만에 정권을 탈환한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61) 노동당 대표는 연립정부가 구성되면 다수당 대표로서 새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솔베르그 총리는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스퇴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총선 승리를 축하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스퇴레 대표는 당내 연설에서 "이제 최종적으로 말할 수 있다"며 "우리가 해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노르웨이는 입헌군주제를 바탕으로 내각책임제를 운용하며 인구는 550만9천 명(미국 중앙정보국 추산) 정도다.
북유럽에 있는 노르웨이는 석유, 천연가스 등 풍부한 화석연료를 보유한 자원 부국으로서 이를 토대로 한 사회안전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르웨이는 1994년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으나 유럽경제지역(EEA)의 일원으로서 EU 단일시장에 일부 참가하고 있다.
총선 승리로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노동당은 14일 연립정부 수립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48석을 얻은 노동당은 사회주의좌파당, EU에 회의적인 중앙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세 정당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인 89석이 된다.
유권자 선택의 기준이 된 주요 쟁점은 석유·천연가스 생산국으로서 노르웨이가 나아갈 방향, 기후변화 대응, 경제적 불평등 해소 방안 등이었다.
중도좌파 연합은 노르웨이가 화석연료를 주요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아 선진 복지국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그 위상이 불확실해질 가능성을 고심했다. 노르웨이의 석유, 천연가스 산업은 수출의 40%, 고용의 5%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당은 풍력발전, 천연가스로 대체 에너지를 생산하는 '청색 수소'(blue hydrogen) 생산,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같은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약속했다.
중앙당은 연정 구성 협상에서 더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노르웨이 국민은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축에 속하며 현재 노르웨이에서 팔리는 자동차는 대다수 전기차다.
또한 노동당은 저소득, 중간소득 가정의 세금을 줄이고 부자들에 대한 세율은 대폭 높이는 방식으로 불평등 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약했다.
사회주의좌파당은 연정 협상 과정에서 더 급진적인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총리실 입성을 앞둔 스퇴레 노동당 대표는 전 정부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외무부 장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보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76.5%로, 78% 이상을 기록했던 지난 총선 때보다 소폭 떨어졌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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