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공격하지 않을 것"…선거 계획 질문에는 "내정 간섭 말라"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외교 수장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적 차원의 국제 지원을 요청했다.
탈레반은 자산 동결과 제재를 통해 자금줄을 끊은 미국에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은 전쟁으로 피해를 본 국가이며 교육·보건·개발 분야에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무타키 장관은 "국제 사회는 아프간 지원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 이슬람개발은행 등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마지막 한 사람이 대피할 때까지 미국을 도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감사하는 대신 우리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관대함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를 치를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타키 장관은 "다른 나라들은 아프간 내부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소수 민족이나 여성을 정부에 포함시킬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적절한 시점에 결정할 문제"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미국은 지난달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향해 진격하자 아프간으로의 달러화 수송을 중단하는 긴급 결정을 내렸다.
또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자산을 동결했다. 아프간 측 자산은 90억 달러로 이 중 70억 달러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B도 아프간에 대한 대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WB는 아프간에서 20여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2002년 이후 총 53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이달 7일 과도 정부 내각을 발표했다.
내각 명단을 보면 탈레반 내 강경파 남성들로만 전원 구성됐다.
정부 수반이 된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20년 전 집권기의 외무장관·부총리를 역임한 유엔 제재 대상이고, 내무부 장관과 난민·송환 장관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각각 1천만 달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한 인물들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타키 장관은 "우리는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아프간 영토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과 미국의 제재는 논리가 없다"며 블랙리스트에서 탈레반 인사들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타키 장관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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