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다르, 부상설·사망설 등 계속…"하카니와 내각 구성 놓고 대립"
외교-군사 주도권 경쟁인 듯…카불 복귀 후 내분 부인 전망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또 지도부 내분설에 휩싸였다.
이달 초 권력 투쟁 과정에서 부상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조직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번에는 내부 알력 다툼 끝에 수도 카불을 떠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뉴스는 15일 소식통을 인용해 탈레반 과도정부 구성 과정에서 지도부 간에 큰 대립이 빚어졌고 바라다르는 지난주 후반 다툼 후 남부 칸다하르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칸다하르는 탈레반이 결성된 곳으로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도 그곳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다르는 지난 7일 발표된 과도정부 내각 명단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창설자 중 한 명으로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바라다르가 총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는 예상을 깨고 부총리에 임명됐다.
보도에 따르면 바라다르와 충돌한 세력은 탈레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다.
한 소식통은 바라다르가 할릴 우르-라흐만 하카니 난민부 장관과 강한 언사를 교환하며 갈등을 빚었다고 말했다.
바라다르는 미군 철수와 아프간 장악 과정에서 외교의 힘이 컸다고 강조하는 반면 하카니 네트워크 측은 이번 성과는 군사 활동의 결과라고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파키스탄 감옥에서 풀려난 바라다르는 이후 카타르 도하 등에서 평화협상단을 이끌고 미국, 아프간 정부 등과의 회담을 주도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하카니 네트워크는 1990년대 후반 탈레반과 손잡은 극단주의 조직이다. 2017년 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불 트럭 폭탄 테러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시라주딘 하카니는 과도 내각에서 내무부 장관을 맡았다.
바라다르와 하카니 네트워크 간의 불화설은 이달 초에도 확산한 바 있다.
당시 ANI통신 등 인도 언론과 아프간 지역 매체는 3일 카불에서 바라다르 측과 아나스 하카니 측 대원들이 권력 투쟁을 벌였고 총격전까지 발생, 바라다르가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아나스는 시라주딘과 마찬가지로 하카니 네트워크를 세운 잘랄루딘 하카니의 아들이다. 할릴 우르-라흐만은 잘랄루딘의 형제다.
탈레반은 파슈툰족이 주축이지만 내부에는 여러 파벌이 존재한다. 하카니 네트워크를 비롯해 카타르 도하 정치사무소 정파, 칸다하르 정파, 동부 반독립 조직 등 여러 세력이 다툼을 해왔다.
바라다르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소문이 확산하자 13일 육성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사망설을 부인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 메시지에서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카불을 떠나 있었다"며 미디어가 가짜 선전전을 벌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메시지에서 카불을 떠난 이유, 복귀 시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메시지 진위에 대한 검증도 불가능한 상태다.
바라다르가 조만간 카불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소식통은 BBC뉴스에 바라다르가 카불로 돌아올 예정이며 카메라 앞에서 어떤 다툼도 없었다는 점을 부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쿤드자다도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세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아쿤드자다가 조만간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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