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 서방의 대중국 공세 동참에 견제 메시지 보낸 듯
상호존중·양국협력·한반도 평화 등 양국관계 발전 3가지 요소 제시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한종구 특파원 =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중 양국이 "각자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발표문에서 왕 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중국은 한국과의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관계 발전의 역사적 경험을 정리하고 호혜 협력의 밝은 전망을 기획하며 30년이 우리에게 준 시사점을 중시하고자 한다"며 한중 관계 발전의 세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발표문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첫 번째 요소로 상호 존중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국가 상황이 다르기에 항상 각자의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각각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하며, 민족·문화 전통·국민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이 '상호 핵심이익 및 관심사 존중'을 언급한 것은 남중국해, 대만 등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문제에서 미국 등 서방의 대중국 공세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양국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담겼는데, 한미 정상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공식 문서에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이(핵심이익 및 관심사 존중) 분야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것은 양국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국 협력과 한반도 평화도 제시했다.
그는 "중한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통하며 경제적으로 보완적"이라고 전제한 뒤 "호혜 협력을 강화·심화해 양국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는 쉽게 오지 않으니,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각종 방해를 극복하고 배제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공동 예방과 통제를 위한 기구와 인원이 '신속 통로'로 왕래하고 방역과 백신 협력을 심화하자"고 말한 뒤 "코로나19 기원을 정치화하고 도구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미국을 겨냥했다.
또 발전전략 협력과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가속화와 함께 집적회로, 정보통신, 빅데이터 등 산업 분야 협력도 강화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용 장관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계속 지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한국은 개방성과 투명성의 원칙에 기초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규명 협력을 지지하며 기원 규명의 정치화에 찬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왕 부장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중관계 향후 30년 청사진 마련을 위해 만든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만났다.
그는 임 위원장을 만나 "양국 위원들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양국 국민을 행복하게 하며 지역과 세계평화 발전을 추진하는 데 지혜와 힘을 쏟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을 것"이라며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실무협력 심화는 물론 한반도와 지역 평화를 수호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공헌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왕 부장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 4건의 자료를 발표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에 대한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 4월 정의용 장관과 왕이 부장의 샤먼(廈門) 회담 직후에도 회담의 성과를 알리는 발표문을 냈지만, 시 주석의 방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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