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 "수사 방해하는 총리 밑에서 일 못해" 사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당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사건의 진실이 미궁 속에 있는 가운데 현직 총리의 연루 의혹까지 제기되며 혼돈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르날드 뤼베리스 아이티 내각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아리엘 앙리 총리가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수사를 방해한다고 비난하며 사의를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뤼베리스는 서한을 통해 앙리 총리 밑에서는 더이상 일할 수 없다며, 총리가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협조하지 않고 오히려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방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앙리 총리의 대통령 암살 연루 가능성과 담당 검사 해임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대통령이 공석인 아이티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앙리 총리는 전날 자신에 대한 기소와 출국금지를 추진한 수도 포르토프랭스 검찰 수장 베드포드 클로드를 경질했다.
클로드 검사는 지난 7월 7일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암살된 직후 앙리 당시 총리 지명자가 도주 중인 사건 용의자 1명과 수상한 통화를 했다며 앙리 총리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상황이었다.
검사가 교체되면서 앙리 총리가 수사를 받게 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총리는 앞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의혹 제기가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는 "교란 전술"이라고 비난하며, 검찰의 출석 요청을 일축한 바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아이티 현직 총리 조사는 대통령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이티엔 대통령이 없어 상황이 애매하다.
대통령을 겨냥한 검사가 곧바로 경질된 상황에서 수사판사 등이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전에도 사건 조사를 담당하던 법원 직원들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등 수사가 여러 번 난관에 부딪혀 사건의 진실이 영원히 묻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지금까지 콜롬비아 용병들과 아이티계 미국인 등 40여 명의 용의자가 체포됐으나, '진짜 배후'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총리가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가뜩이나 혼란스러웠던 아이티 정치권도 더욱 분열되고 있다.
AP통신은 일부 아이티 정치인들은 앙리 총리 편에 서고 일부는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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