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메르켈 총리 퇴임 후 중국·독일 우호관계 불투명"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퇴임 이후 독일과 중국 간 우호적 관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인도·태평양 항해에 나선 독일 군함의 상하이(上海) 기항 요청을 거절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취재진에 "중국이 숙고 끝에 독일 구축함 바이에른의 기항을 원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독일 연방방위군은 바이에른함이 8월 2일부터 6개월간 지중해와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인도, 호주와 동아시아까지 항해한다고 발표했다. 도중에 호주와 싱가포르, 일본 등에 들르고 미국 해군과 군사훈련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독일 군함의 인도·태평양 항해는 20년만으로, 중국에 대항해 역내 세를 과시하려는 미국 등 동맹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독일은 막판에 바이에른함의 여정에 상하이 기항을 추가하고 중국 측에 허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SCMP는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 메르켈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며, 남중국해 진입에 앞서 독일이 중국의 허락을 구하고 도발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려는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독일이 동맹의 압력으로 바이에른함을 출항시켰지만, 상하이 기항을 통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SCMP는 "중국이 독일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바이에른함의 인도·태평양 항해에 따른 긴장을 상하이 기항으로 완화하려는 독일의 희망이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독일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지만 국제무대에서 군사적 역할을 맡는 것에는 침묵을 지켜왔으며 중국과의 갈등 완화를 종종 촉구해왔다"며 2주 앞으로 다가온 독일 연방하원 총선과 메르켈 총리의 퇴임 후 독일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지난주 독일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정책 개선 의지 부족을 성토하면서 유럽연합(EU)이 해당 지역에 영구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 사회민주당(SPD) 측은 바이에른함의 항해에 대해 '상징적으로 중요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사회민주당 외교분야 대변인은 "군사적으로는 바이에른함이 크게 기여하지 않지만 외교 상징주의와 (외교) 언어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언젠가는 유럽 함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항해하는 것을 볼 수 있겠지만 순전히 군사적으로 대만이나 한국 혹은 일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게 미국에 달려있고 미국도 그것을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안배' 차원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유럽은 아프리카나 중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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