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첫 공식 진술…"IS 공격한 佛에 똑같은 고통 주고 싶었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우리는 프랑스 파리를 공격하면서 민간인을 목표로 삼았다. 그들에게 별다른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극장, 경기장, 식당가 등 연쇄 테러로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범 중 유일하게 생존한 살라 압데슬람(32)이 15일(현지시간) 파리 특별 법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진술을 했다.
압데슬람은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 14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발언권을 얻어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고 일간 르몽드 등이 전했다.
수사받는 내내 침묵을 지켜왔던 압데슬람은 "내 발언이 예민한 누군가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지만, 상처에 소금을 뿌리려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가 이슬람국가(IS)에 폭탄을 떨어뜨렸고 모든 것을 파괴했다"며 "우리가 겪은 고통을 프랑스도 똑같이 겪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함께 테러를 저지른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도, 성전주의자도, 극단주의자"도 아니라고 두둔하며 "진정한 이슬람이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장에 함께 있었던 피해자 가족들은 5분간 이어진 압데슬람의 진술을 듣고 나서 눈물을 훔치거나, 분통을 터뜨렸다.
이 테러로 딸을 잃은 조르주 살린느는 "개인이 아닌 국가를 노렸다고 주장하는데 테러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은 모두 무고한 사람들"이라며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압데슬람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나머지 피고인들은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무기를 공급하는 등 테러에 협력한 혐의로 기소됐다.
발언권을 얻은 피고인 대부분 테러범을 도운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어떤 계획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본토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를 일으킨 테러범 9명 중 압데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경찰에 사살됐다.
지난 8일 시작해 2022년 5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재판은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길고, 규모가 큰 재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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