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서 "발전의 앞날 자기 손에 쥐어야"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미국이 영국, 호주 등 동맹국을 규합해 대중국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17일 다른 나라에 대한 설교나 내정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 주석은 이날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제도에 대한 자신감을 확고히 해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를 턱으로 부리듯 설교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각국이 자국의 실정에 맞는 발전 방식과 통치 모델을 탐색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외부 세력이 어떤 구실로도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발전과 진보의 앞날은 자기 손안에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시적인 강약은 힘에 달렸고, 천년의 승부는 도리에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국제 문제 해결에서 소위 '우월한 지위'에서 출발하거나 패권과 패도(覇道), 괴롭힘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하며 이른바 '규칙'을 기치로 국제질서를 파괴하거나 대립과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호 '윈윈'의 협력 정신을 지키면서 무역, 투자, 기술의 높은 장벽을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날 발언은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와 동맹을 모아서 무역, 기술 등 전방위로 중국을 강력히 압박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는 전날부터 이틀간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미국이 영국·호주와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하는 신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발족한 직후에 열려 주목받았다.
2001년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출범한 상하이협력기구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 정회원국인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꾸린 과도정부와 관련한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은 2012년 옵서버 자격으로 이 기구에 합류했다. 벨라루스, 이란, 몽골도 옵서버 국가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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