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법원, '호텔 르완다' 실제 주인공에 징역 25년형(종합)

입력 2021-09-21 00:40  

르완다 법원, '호텔 르완다' 실제 주인공에 징역 25년형(종합)
루세사바기나측 항소할 듯…지지자들 "반대파 숙청 위한 엉터리 재판"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 수백 명의 투치족을 구한 영웅으로 묘사된 호텔 지배인 폴 루세사바기나(67)가 르완다 법원에서 테러 혐의로 25년의 실형을 받았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르완다 고등법원은 테러 등 혐의로 기소된 루세사바기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형량을 징역 25년으로 정했다.
비아트리스 무카무렌지 판사는 "그는 르완다를 공격한 테러 조직을 창설했으며, 테러 행위에 재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이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앞서 르완다 검찰은 폴 카가메 현 르완다 대통령에 반기를 든 르완드민주변혁운동(MRCD)의 군사조직 국민해방전선(FNL)이 2018년과 2019년에 저지른 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루세사바기나 등 20명의 피고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루세사바기나는 MRCD에 가입한 것은 인정했지만, FNL에는 동참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두 단체가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면서 'MRCD-FNL'이라는 명칭을 썼고, 루세사바기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는 루세사바기나는 물론 그의 가족과 변호사들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벨기에 머무는 루세사바기나의 딸 카린 카님바는 "재판은 공정하지 않았고 신뢰할 수 없는 증거가 제출됐다"며 "독재자가 지시하는 대로 판결이 나왔다"고 비난했다.
루세사바기나는 르완다에서 투치족에 대한 후투족의 무차별 학살이 벌어진 1994년 수도 키갈리에 있는 밀 콜린스 호텔의 지배인이었다
당시 이 호텔은 후투족 군사 조직인 인테라함웨 민병대를 피한 1천268명의 후투족과 투치족 난민을 수용했다. 호텔에 체류하던 난민들은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테리 조지 감독의 2004년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는 루세사바기나가 난민을 보호한 영웅으로 묘사됐다. 이후 루세사바기나는 투치족 반군 지도자 출신의 카가메 대통령이 인권을 유린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후투족 출신으로 소수인 투치족 아내와 결혼한 루세사바기나는 학살이 멈춘 뒤에도 2년간 르완다에 머물다가 1996년 벨기에로 망명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 덕에 엄청난 명성도 얻었다.
그런데 벨기에 시민권자이자 미국 영주권자인 그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도착한 직후 체포됐다. 그는 르완다 당국이 자신을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체포돼 르완다로 돌아온 이후에도 자신이 받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재판 자체가 엉터리이며, 카가메 정권이 무자비하게 반대파를 처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세사바기나에 대한 재판은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루세사바기나 구금과 본국 이송과 관련, 르완다 법무부 장관과 정보국장 등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994년 후투족 출신인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여객기 추락으로 사망하자, 대통령 경호부대는 투치족을 배후로 지목하고 학살을 시작했다.
이후 투치족에 대한 인종 학살이 전국적으로 확산해 100일간 무려 8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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