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뒤통수 파문에 EU-호주 FTA 협상 차질 빚나(종합)

입력 2021-09-21 17:06  

오커스 뒤통수 파문에 EU-호주 FTA 협상 차질 빚나(종합)
프랑스 "아무일 없던 것처럼 협상할 수는 없다"
EU 집행위·의회에서도 '불쾌하다' 프랑스 두둔
호주에 EU는 중국·일본 이어 세번째 큰 교역 상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이 맺은 안보동맹 '오커스'(AUKUS)에 화가 난 프랑스가 호주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장관은 최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오커스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는 것은 민주 국가들 사이, 그리고 동맹국들 사이에 신뢰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더는 신뢰하지 않는 나라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오커스가 EU와 호주의 FTA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EU와 호주는 2018년 6월 FTA 협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FTA 회담이 11라운드까지 진행됐다.
차기 FTA 회담은 올해 늦가을에 진행될 예정이다.
호주는 애초 올해 말까지 EU와 FTA를 맺기를 원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CNN은 EU 집행위원회가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무역 협상을 진행하지만 프랑스가 반대할 경우 호주와의 FTA 협상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EU의 고위 간부들은 호주의 사과를 요구하며 프랑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0일 CNN 인터뷰에서 오커스로 인한 프랑스의 피해와 관련해 "회원국 중 한 국가가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우를 받았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런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처럼 일을 계속하려면 이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을 만나 오커스 문제를 논의하고 프랑스와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의 베른트 랑게 위원장도 21일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가 정말 불쾌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호주 정부가 사과하고 긴장 상황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EU는 중국, 일본에 이어 호주에 세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다.
지난해 양측의 상품 무역은 총 규모가 420억 달러(약 50조원)이고 2019년 서비스 무역 규모는 300억 달러(약 35조5천억원)였다.
호주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은 그간에도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둘러싸고 통상갈등을 빚다가 오커스를 계기로 호주에서 한층 더 멀어질 조짐이다.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안보, 국방 등의 협력을 강화하는 오커스를 발족한다고 발표했다.
호주는 오커스 발족에 따라 미국, 영국의 지원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호주가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최대 12척의 디젤 잠수함을 공급받기로 한 560억 유로(77조 원) 규모의 계약이 파기됐다.
프랑스 정부는 동맹국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지난 17일에는 이례적으로 미국과 호주 주재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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