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규모 다자외교 무대 유엔총회서 취임 후 첫 연설…'동맹'만 8차례 거론
"미 군사력은 마지막 수단"…미군 동원 문제 해결 선그으며 미국 이익 강조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우리는 끈질긴 전쟁의 시대를 마무리하면서 끈질긴 외교의 새 시대를 연다. 오늘날과 미래에 가장 중대한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과 우선순위로 초점을 돌리면서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그렇게 할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연설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과의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최대규모 다자무대인 유엔총회에 참석, 중국과의 경쟁을 최우선순위로 설정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기조를 재확인하는 한편 이를 위한 동맹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이 속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며 이에 집중하기 위한 아프간전 종전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미국은 격하게 경쟁하고 우리의 가치와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속도를 조절하거나 수위를 낮출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과의 경쟁을 전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의 협력 필요성을 내세웠다. 30여 분간의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단어를 8차례나 입에 올렸다.
그는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기후, 평화와 안정, 인간의 존엄과 인권까지 우리 시대의 최대 도전에 있어 (대응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혼자 하지 않을 것이다. 동맹과 함께 이끌 것"이라고 했다.
호주에 대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 결정으로 프랑스가 격렬히 반발하고 미국의 동맹 중시 기조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동맹과의 결속을 통한 중국 견제 방침을 재차 천명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결속' 메시지가 얼마나 동맹을 설득하고 안심시킬 수 있는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방적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미국이 돌아왔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아프간 철군 및 호주의 핵잠수함 기술 지원 과정에서 동맹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미국의 방침을 밀어붙인다는 의구심을 키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필요할 경우 무력을 동원해 미국과 동맹을 계속 방어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핵심적 국가이익 수호가 목적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군사력은 첫 번째가 아니라 마지막 수단이어야 하며 전 세계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각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미국의 군사력이 동원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프랑스의 반발 와중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양자 회담 일정을 잡으며 각별함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면서 미리 잡아 공지한 유일한 양자회담이다.
각국 정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희망한 가운데 코로나19를 이유로 일정을 최소화하면서도 호주만 콕 집어 회담을 잡아둔 셈인데, 백악관은 이날 사전 공지가 없었던 바흐람 살레 이라크 대통령과의 만남도 있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DC 귀환 후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회담했다. 엿새 전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창설한 두 나라와 같은 날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흘 뒤인 24일엔 일본, 인도, 호주 정상과 백악관에서 첫 대면 쿼드(Quad) 회담을 한다. 공교롭게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견제 방침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국가들과 잇따라 회담 일정을 잡은 것인데, 다른 동맹국에는 무언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랜 동맹이었던 미국과 프랑스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 대해 곧 이뤄질 것이라고만 했고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전날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만남 여부를 기자들이 묻자 "여기저기서 볼지 모르지만 나 자신은 만날 의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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