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화상 연설…"부자 국가들, 코로나 백신 비축·부스터샷 이기적 행동"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면 필리핀 국내법에 따라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 결정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화상 연설에서 필리핀 법무부 및 경찰에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들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도를 넘어 행동한 것으로 드러난 이들은 우리의 법 앞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미있는 변화는 안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자신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그 의도가 아무리 숭고하다 하더라도 결코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6천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했지만, 필리핀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ICC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ICC 검사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지난 20일 언론 브리핑에서 자주권과 관할권을 언급하며, 정부는 ICC 조사관들이 마약과의 전쟁을 조사하기 위해 필리핀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필리핀은 ICC 회원국도 아닌 만큼, 협조할 의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가간 불균형도 거론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부유한 국가들은 백신을 비축하고 부스터샷(효과를 보강하기 위한 추가 백신)을 이야기하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찔끔찔끔 제공되는 백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자 비난받아야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성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모두 정당화될 수 없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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