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11회 언급 바이든·'소집단 반대' 시진핑…미중간극 확인

입력 2021-09-22 15:06   수정 2021-09-22 15:56

'동맹' 11회 언급 바이든·'소집단 반대' 시진핑…미중간극 확인
두 정상 전화협의후 12일만에 유엔총회서 공방…경쟁·갈등 지속 예고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은 또 한번 양국 갈등을 둘러싼 인식의 간극을 확인했다.
기조연설 오전 세션에서 2번째와 마지막 연사로 각각 나선 미국과 중국 정상은 일각에서 '신(新) 냉전기'로까지 불리는 지금이 세계사의 전환적 시기임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설에서 "내 생각에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서 있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미리 녹화해 회의장에서 공개한 화상 연설에서 "세계는 다시 역사의 갈림길(十字路口)에 서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금의 '중대 국면'에서 세계를 어떤 방향으로 리드할지에 대한 방향성은 엇갈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총 11차례 '동맹'(ally 또는 allianc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동맹국 중심의 외교를 다짐했고, 시 주석은 이러한 바이든 외교를 '소집단'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바이든, 동맹 향한 보복 조치에 대응 시사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중심 외교 언급은 결국 역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바이든의 이번 연설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필수불가결한 경우' 동맹 보호를 위해 무력도 최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 대목과, 동맹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우리는 동맹과 우방을 위해 일어설 것이며, 더 강한 국가가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 경제적 강압, 기술 착취, 허위정보 등을 통해 약한 나라를 지배하려는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자국의 핵심이익에 배치되는 행동을 한 나라를 경제 관계를 앞세워 압박하는 중국에 맞서 동맹국들을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이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에 직면했을 때 미국 정부가 동맹 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한 자성론에 입각한 언급일 수도 있는 것이다.


◇ 시진핑 "민주 개조는 실패했다…소집단 지양해야"
바이든의 발언 5시간 후 공개된 화상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민주주의는 어느 국가의 전매특허가 아니다"며 "평화와 발전, 공평, 정의, 민주, 자유라는 전 인류의 공동가치를 선양하고 소집단과 제로섬 게임을 지양"할 것이라며 미국이 추구하는 동맹 강조 기조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별 기구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쿼드(Quad·4국 안보 협의체), 오커스(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협의체) 등을 편협하고 폐쇄적인 '소집단'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또 아프가니스탄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국제정세의 전개 과정은 외부의 군사적 간섭과 이른바 민주 개조(改造)라는 것이 엄청난 후환을 초래한다는 것을 재차 증명했다"며 미국이 아프간에서 시도한 민주주의 이식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불변의 정답이 아니며, 각국은 각국 사정에 맞는 발전 경로를 택할 권리가 있으며, 각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중국의 외교기조가 응축된 발언으로 볼 수 있었다.
시 주석은 또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며 "세계에 단 하나의 체제가 있고, 그것이 바로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체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동맹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와 더불어 시 주석은 "상호존중과 공평정의, 협력과 상생의 신형국제관계 건설"과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 등 미국의 대 중국 포위 기조에 맞선 자국의 국제관계 기본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로 불리는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듯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타국을 침략하거나 괴롭히지 않으며,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바이든, 중국의 '핵심이익' 직접 거론…미중관계 변화 난망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소수 인종 억압의 사례로 중국 영토인 신장(新疆·신장위구르족 자치구)을 직접 거론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 영유권 주장에 맞서는 개념인 '항해의 자유'를 언급하는 등 중국이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로 규정한 영역을 거침없이 거론했다.
이는 '기후변화 등 세계적 현안에서 협력을 원하면 중국을 경쟁상대로 간주하고 견제·압박하는 정책부터 바꾸라'는 중국의 거듭된 요구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지난 9일(중국시간 10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서로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고 이견을 잘 관리하는 기초"를 거론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핵심 관심사로 간주하는 신장,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의 입장을 용인할 뜻이 없음을 연설을 통해 밝힌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합의를 추구하되, 차이를 인정하며 당분간 이견을 그대로 남겨두는 접근법)식 해법을 거부하는 동시에 '중국과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경쟁할 부분은 경쟁하고, 대항해야할 때 대항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의 이번 연설에서 미중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첫 대면 정상회담 개최 일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당분간 양국은 현안마다 치열하게 맞서며 자국의 뜻에 동조하는 나라들을 규합하는 노력을 각각 전개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 외교의 전략적 좌표 설정을 위한 고민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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