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전력이 4분기 전기요금을 전분기보다 kWh당 3원 인상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번 인상은 정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것이다. 3개월 단위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연료비의 변동 폭을 전기료에 반영하는 제도다. 전기료 조정액의 산출 근거가 되는 직전 3개월(6~8월)의 연료별 ㎏ 당 평균 가격을 보면 LNG가 601.54원이나 올랐고 BC유는 574.40원, 유연탄은 151.13원이 각각 인상됐다. 이런 연료비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면 4분기 전기료는 전분기보다 kWh 당 13.8원이 올라야 하지만, 인상 폭은 3.0원으로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그쳤다. 이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kWh 당 전기료 변동 폭을 연간 5원, 분기별로는 3원까지로 제한하는 장치를 뒀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유보 조항에 따라 2, 3분기 전기료는 동결했으나 계속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와 이에 따른 한전의 적자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해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고유가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크게 증가했지만 전기료를 올리지 못해 2분기에 7천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올해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는 4조 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결국 이를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면 연료비 연동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전기를 많이 사용한 소비자가 그만큼 전기료를 많이 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전기 요금을 억누르는 것은 전기 소비자들의 에너지 효율 제고 의지를 꺾고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국가 경제 차원으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원칙적으로는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 취지를 살려 이번에 제외된 연료비 인상분까지 너무 늦지 않게 반영해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문제는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번 인상으로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의 경우 4분기 전기료로 매월 1천50원 정도 더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으로 큰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모든 산업에 전기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보니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여러 여건상 앞으로도 전기요금은 지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맞춰 국가 정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더해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국제협약의 의무와 국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도 전기요금 원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맞추려면 단기적으로는 발전 연료로 석탄을 줄이고 천연가스를 늘려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원자력은 탄소 배출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안전성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다른 요인들을 고려해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연료별 1kWh당 발전 원가는 신재생에너지가 264.6원으로 가장 비쌌고 LNG(126원), 무연탄(118.3원), 유연탄(83.3원) 순이었다. 원자력은 54원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기술 수준이 높아진다면 지금보다는 비용이 떨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다. 값싼 연료를 버리고 비싼 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데도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2050 탄소 중립' 달성 방안에 관한 국민적 숙의에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우리 기업과 가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은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논의 과정이 꼭 포함돼야 한다. 정부가 여기에 필요한 자세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해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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