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알파팀'을 가동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갑질 사건의 전모를 5년 만에 밝혀내고 과징금 2천74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앱마켓 경쟁제한·인앱결제 강제·광고시장 등과 관련한 3건의 구글 사건을 추가로 조사 중이며, 일부는 내년 초 제재 여부와 수위를 발표할 계획이다.
◇ '거리두기' 현장조사, 기술전문가 집중과외…'알파팀'의 노력
공정위가 구글 OS 갑질 사건을 조사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반년간 주말도 반납하고 사건 조사에 매달렸던 구태모(39) 서기관, 김민정(33) 사무관, 이세주(35) 조사관 등 '알파팀' 3인의 역할이 컸다.
자타공인 '에이스' 구 서기관과 유통거래과에서 조사에 두각을 나타내 '유통의 여왕'이란 별명이 있는 김 사무관, 공정위 내 손꼽히는 얼리어답터인 이 조사관은 1년 반 전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 앱마켓 분과에 배치됐다.
전임자들의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해 6월 구글코리아 현장 조사에 나선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5일간 하루 10시간 넘게 KF94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자료를 확보했다.
'거리두기'를 위해 구글 직원의 PC 화면을 빔프로젝터에 띄워 파일과 메일 등을 열람하고 출력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한 '문과생' 출신인 이들은 심사보고서 발송 후에는 구글 측 변호인단과의 기술적 이슈 공방에 대비해 LG전자 출신 교수 등 OS와 소프트웨어(SW) 저작권 관련 전문가를 찾아 4개월간 2∼3일에 한 번씩 '집중과외'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구글 사건에 처음으로 '혁신시장 접근법'을 활용해 모바일OS 시장뿐만 아니라 기타 스마트 기기 시장까지 시정 조치를 할 수 있었다.
국내에선 도입 선례가 없는 탓에 이들은 '끼워팔기의 대가'로 저명한 최재필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 한종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조성익 공정위 경제분석과장과 4개월간 브레인스토밍은 물론 미국 경쟁당국의 30년 전 심결례를 뒤져가며 사건 처리에 매진했다.
임경환 지식산업감시과장은 "구글 사건 조사 과정에서 고된 근무가 소문이 나며 인기가 많던 부서 선호도가 다소 떨어졌다"고 웃으면서도 "MS의 끼워팔기, 인텔의 배타조건부 행위, 퀄컴 갑질 사건에 이어 구글까지 처리하면서 글로벌 사업자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쌓이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 3건 더 남아…앱마켓 경쟁제한 건 내년 초 심의할 듯
아직 ICT팀에는 ▲ 앱마켓 경쟁제한 건 ▲ 인앱결제 강제 건 ▲ 광고시장 관련 건 등 3건의 구글 사건이 더 남아있다.
구글이 국내 게임사 등에 경쟁 앱마켓에는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건은 올해 1월 조사를 마무리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상태다.
현재 구글이 공정위를 상대로 증거자료를 공개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로 소송 건이 마무리된 후 이르면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모든 콘텐츠의 앱 내 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물리기로 한 것과 관련한 인앱결제 강제 건은 지난해 현장조사까지 진행한 상태로 구글의 관련 방침 변경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글 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 14일부터 시행됐고, 구글도 법률 준수 방안을 모색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내용이 시장 우려를 해소할 만큼 획기적인 변화인지 살펴본 후 사건 처리 방식을 찾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벌이는 '갑질'도 들여다보고 있다.
구글은 사용자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광고 상품을 팔고 있는데, 게임 앱 개발사 등에 '우리 DB[012030]를 공유받고 싶으면 타 플랫폼에서 광고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는지가 핵심이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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