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총리, 탈레반·이슬람교 문제 두고 '으르렁'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앙숙 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총리가 올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상대국을 저격하는 발언을 내놨다.
26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24일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를 비판했다.
칸 총리는 "인도 집권당이 전파한 힌두 민족주의 때문에 최악의 '이슬람 혐오'가 인도 전역에 만연하고, 인도의 2억 무슬림을 겨냥한 공포와 폭력의 통치를 촉발했다"고 연설했다.
이어 "인도에서는 무슬림을 상대로 한 폭력과 시민권 차별, 모스크 파괴, 이슬람 유산과 역사를 말살하기 위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며 "인도 정부는 카슈미르 탄압을 강화했고, 야만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를 고립시키지 말고 지원해야 한다"며 "탈레반은 인권 존중, 포괄적 정부, 테러 억제를 약속했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면 윈-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힌두교가 80%를 차지하고, 파키스탄은 국교가 이슬람교다.
인도의 카슈미르 지역은 유일하게 무슬림 인구가 더 많은 곳으로, 이곳에서는 1989년부터 독립이나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을 주장하는 반군 활동이 계속됐다.
칸 총리는 작년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인도 공격에 할애했다.
모디 인도 총리는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파키스탄을 역공했다.
모디 총리는 "테러리즘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퇴행적 사고를 하는 국가는 테러리즘이 자신들에게도 큰 위협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아프간 영토가 테러를 확산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국가도 아프간의 민감한 상황을 이용해 이기심을 채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지금 아프간 국민, 여성, 아이들, 소수민족은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도움을 제공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연설에서 파키스탄을 '인도와 아프간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해 꼬집었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 중반부터 탈레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아프간 문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과정은 물론 저항군 거점 공격 때도 파키스탄이 인력과 물자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탈레반을 '앙숙' 파키스탄의 대리인으로 취급하며 멀리하고,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만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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