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한일대립 꼴사납다는 점 알 것…극적 변화는 난망"

입력 2021-09-29 17:52   수정 2021-09-29 20:59

"기시다, 한일대립 꼴사납다는 점 알 것…극적 변화는 난망"
기무라 간 교수 '유네스코 유산 한일대립 때 한국과 타협' 주목
"일본 자민당 내 리버럴…외무성에 외교정책 주도권 돌려줄 수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차기 총리 취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는 한일 관계 개선을 지향하는 인물이라고 일본 전문가는 평가했다.
한일 역사 인식의 뿌리 깊은 차이나 자민당 내 역학 구도 등을 고려하면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은 작지만 기시다가 장기적으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는 "기시다는 일본과 한국이 역사 문제로 언제까지나 대립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꼴사나운 일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일의 협력을 방해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2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기시다가 자민당 내에서 가장 '리버럴'(liberal)에 가까운 파벌의 영수이며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국제파이기도 하다는 점을 거론하고서 이같이 분석했다.
자유주의자·진보주의자 등을 의미하는 리버럴은 일본에서 온건한 개혁을 지향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기무라 교수는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에 연고를 둔 기시다가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통역 없이' 안내하는 등 전쟁의 부정적 유산에 큰 관심을 둔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2015년 7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하는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대립했을 때 "적어도 기시다가 이끄는 외무성은 한국과의 타협을 모색"했고 그 결과 '강제로 노역했다'(forced to work)는 의미의 영문 표현이 들어갔다고 상기했다.
기무라 교수는 "기시다가 상명하달(上命下達) 형의 지도자가 아니며 아까 당선 소감을 말할 때 '기시다 후미오의 특기는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것'이라고 했다"면서 "외교정책의 주도권을 총리관저에서 외무성에 돌려주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경제산업성 출신이 주축이 된 총리 관저가 외교 정책을 주도하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등을 강행했는데 외무성의 중심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기무라 교수는 하지만 기시다가 총리로 취임하더라도 빠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한일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으며, 중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시다가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역사 갈등의 근원 중 하나로 꼽히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해석은 매우 견고하기 때문에 누가 일본 총리가 되더라도 바꾸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무라 교수는 역사 갈등을 풀기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사실상 중단된 연간 1천만 명 규모의 인적 교류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 전인 "내년 5월까지 (한일 교류를 재개하는 ) 작업을 하기에 기시다는 나쁜 상대는 아니다"고 논평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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