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백신 느림보'였던 아시아, 접종 속도내며 미 추월"

입력 2021-10-01 02:52  

NYT "'백신 느림보'였던 아시아, 접종 속도내며 미 추월"
反백신 정서 약하고 정부 신뢰 경향…제롬 김 "토끼와 거북이 같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백신 느림보'였던 아시아가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과 유럽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방역 모범으로 불리다 백신 도입이 늦었던 아시아 각국에서 백신 접종이 최근 빨라지면서 반복되는 '셧다운'과 거리두기 규제에 지친 주민들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NYT는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가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건수에서 미국을 넘어섰다며 "올해 봄까지만 해도 생각할 수 없던 속도"라고 지적했다.
몇몇 국가는 2회 접종(얀센 백신은 1회)을 모두 마친 인구 비율로도 미국을 이미 넘었거나 곧 넘을 예정이다.
그 결과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린 백신 접종자 중 0.6%만이 중증 증세를 보였고, 사망자는 0.1%에 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거의 '토끼와 거북이' 같은 이야기"라면서 "아시아에서는 백신을 구할 수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백신 역전'은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백신을 꺼리는 정서가 만연하고 백신에 관한 정치적 갈등이 심각한 미국과 달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백신을 둘러싸고 양극단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물론 아시아 각국 내에서도 백신 반대 운동이 펼쳐지지만,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공감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정치인, 시민단체, 미디어도 적은 편이다.
특히 대부분의 아시아인은 정부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신뢰하며,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필요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루벤 응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부교수는 아시아 지역 언론 보도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백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싱가포르가 백신 접종자들에게 사적 모임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당근'을 제시한 것도 접종률 제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자체 백신 제조 역량이 없어 향후 부스터샷(추가 접종) 승인 이후 공급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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