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교착상태 계속되면 북핵·미사일 능력 강화"
"협상 장애물은 불신과 코로나 고립"…미 당국자 "교착 책임은 북한의 반응 부족"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이 대면 협상에서 북한에 제공할 좀 더 구체적인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 장관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현재 상태가 계속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의 주요 장애물로 양측 간 불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이 '자초한' 고립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불신은 단번에 극복될 수 없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전 종전선언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에 제시할 구체적인 조건을 밝히라고 주문했다.
정 장관의 이런 견해에 대해 미 고위 당국자는 WP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은 게 아니라 북한의 반응이 부족한 탓에 협상이 교착됐다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또 "우리는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됐다"며 북한과 논의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지만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미 직접 대화를 시도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례 회담했으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김두연 신(新) 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북한 측 교섭자들이 트럼프 재임 시절처럼 바이든 정부의 북핵 특사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핵 문제를 논의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면 매우 곤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은 처음부터 정상회담을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북한 측 교섭 담당자들에게 권한을 주고, 협상이 적절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또한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부의 관여를 더욱 거부하게 됐다면서 "그들은 외부 접촉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한국이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도울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소통해 왔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거절했을지도 모를 이유 중 하나는 접종하는 데 필요한 의료 인프라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철저히 협의해 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자주 만난다는 것은 양국의 협력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서로 매우 솔직했다. 전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on the same page)"고 말했다.
WP는 정 장관은 뉴욕 유엔총회 기간이던 지난달 23일 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인터뷰했다고 전했다.
한편, WP는 이번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유산(legacy)을 북한과의 관계 회복과 연결 지어 왔으나 임기 1년이 채 남지 않은데다 비핵화 협상에서 거의 진전이 없자 북미 대화 재개를 향한 소망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또한 문 대통령이 지난주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종전선언을 제안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흥미로운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WP는 아울러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문 대통령의 북한과의 관계 개선 추구가 '순진'(naive)하다고 말한다"며 "그들은 북한이 제재 완화에 대한 희망에서 대화를 하려할 뿐, 비핵화에 대해 진지했던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라고도 소개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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