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사당 인근서 추모 집회…"사우디에 책임 물어야"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하다가 터키에서 살해당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가 사건 3주기를 맞아 미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다.
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전날 밤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참석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에 강력하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젠기즈는 "무함마드 빈살만이 나와 온 세상으로부터 카슈끄지를 빼앗아갔다"며 "당신은 이 살인자들에게 상을 줄 것인가, 아니면 책임을 물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것과 관련해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 추궁이냐"며 날을 세웠다.
바이든 행정부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승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가 지난 2월 공개된 이후 무함마드 왕세자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예멘 내전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고위급 인사의 사우디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젠기즈와 국제인권단체 관계자 등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을 켜고 카슈끄지를 추모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2일 터키인인 젠기즈와의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려고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에서 온 '협상팀'에 살해됐다.
이들은 미국에 체류하면서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카슈끄지를 설득해 귀국하도록 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결국 그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조사 후 무함마드 왕세자를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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